|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왼쪽)과 이강인. 2024.1.25/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64년 만에 우승이라는 꿈이 좌절된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은 한국 축구사에 지워지지 않을 '최악의 참사'로 남았다. 경기력도 실망스러웠고 그 전날 벌어진 사건은 충격적이기도 하다.
한국은 지난 7일(한국시간)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7위 요르단을 상대로 90분 동안 단 1개의 유효 슈팅도 하지 못하고 졸전 끝에 0-2로 져 탈락했다.
수비의 핵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고 16강전과 8강전에서 연장 혈투를 펼쳐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컸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인 경기력이었다.
일주일 뒤에 그 수수께끼가 풀렸는데, 선수단 내 심각한 내분이 벌어져 '원팀'으로 뭉칠 수가 없었다. 특히 결승으로 가는 중요한 결전을 하루 앞두고 주장 손흥민(32)과 에이스 이강인(23)이 '드잡이'까지 벌였다.
14일 영국 더선은 요르단전을 앞두고 입은 손흥민의 손가락 골절상이 선수단 내 다툼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 보도했다.
더선과 뉴스1의 취재에 따르면 주장 손흥민은 요르단전을 앞둔 현지시간 5일, 일부 젊은 선수가 탁구를 치기 위해 저녁 식사를 빨리 마치고 자리를 뜬 것에 불만을 나타냈다. 팀 결속이 중요한 시점에서 개별 행동을 하는 것이 캡틴 입장에서 좋지 않게 보였다.
하지만 '팀을 위한' 주장의 쓴소리에 대표팀은 심각한 균열이 났다. 손흥민과 마찰을 빚은 선수 중에는 핵심 선수인 이강인도 있었다.
|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왼쪽)과 이강인..2024.2.1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
이강인이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고, 화가 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 이강인은 '9살 많은' 주장 손흥민을 향해 주먹질까지 했다. 다행히 손흥민이 주먹을 피하기는 했으나 분위기는 이미 최악이었다.
주변에 있던 동료들까지 달려들어 둘의 싸움을 만류했다. 이 상황에서 손흥민이 동료들의 제지를 뿌리치다 손가락 탈골 부상을 입었다.
기강과 신뢰가 무너진 팀은 최악의 일로를 걸었다. 이 사건 이후 몇몇 고참급 선수들이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이강인을 요르단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이들의 요청을 묵살했고, 최악의 팀 분위기를 수습하지 못한 채로 이강인을 요르단전에 선발 출전시켰다.
팀보다 '에이스'가 더 중요했던 사령탑의 결정은 자충수가 됐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선수들은 전혀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며 따로 뛰었다.
'모래알 조직력'이 드러난 클린스만호가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목표로 똘똘 뭉친 요르단보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헛된 꿈이었다. 무려 9살 차이가 나는 주장에게 막내가 거침없이 주먹을 날리는 팀 분위기였으니 제대로 된 경기력이 나올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