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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9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그는 재계를 대표하는 '기술 중시' 경영인이다. 화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인 그는 경제 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력에 있다는 게 평소 경영 철학이었다.
이는 효성그룹의 핵심 DNA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전의 토대가 됐다. 섬유, 첨단소재, 중공업, 화학, 무역, 금융정보화기기 등 효성의 전 사업부문을 글로벌 일류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명예회장은 기술에 대한 집념으로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신소재·신합섬·석유화학·중전기 등 산업 각 방면에서 신기술 개발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조 명예회장은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 1975년 효성중공업 설립을 주도하며 부친인 고(故) 조홍제 창업주 회장 때부터 줄곧 강조해온 '산업입국'의 경영철학을 실현했다.
특히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스판덱스는 조석래 명예회장이 축적기술이 없던 상태에서 '독자 개발'을 결정하고 연구개발을 직접 지시한 것이다.
효성은 1990년대 초 당시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보유하고 있던 스판덱스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타이어코드와 함께 오늘날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효성그룹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이후에도 소재산업에 대한 꿈을 이어가며 2011년에는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탄소섬유 역시 독자기술 개발에 성공해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1990년대부터 중국의 성장세를 눈여겨 보고 '글로벌 시장에 대한 수출확대만이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판단으로 효성을 경쟁사들보다 한 발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켰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전력기기 등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과 인도, 터키, 브라질 등에 이르기까지 현지에 생산공장을 만들어, 전세계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했다.
이를 기반으로 효성은 2000년 이후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2010년 이후 스판덱스 섬유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며 세계1위 위상을 유지해 올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조석래 회장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과 위상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현재 효성은 매출의 약 80%를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일 만큼 수출지향적인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전세계에 걸쳐 50여개 제조 및 판매법인과 30여개의 무역법인, 사무소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