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와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대 교수가 1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3.19/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와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대 교수가 1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3.19/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을 무산시킨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영구적으로 해체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29일(현지시간) CSIS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는 거부권 행사로 유엔 대북 제재 체제를 약화하려는 "조직적인 노력의 세 번째 단계"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러시아가 1단계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행 중단, 2단계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한 신규 안보리 제재 결의 저지에 이어 3단계로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체제를 영구적으로 해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봤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가 기존 대북 제재의 일몰 조항 도입을 요구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일정 시기가 지나면 대북 제재의 효력이 자동으로 사라지게 하자고 한 것이다.

차 석좌는 러시아가 대북 제재 무력화에 나선 배경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지원으로 나타난 북-러 간 전략적 협력 심화를 거론했다.


그는 CSIS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은 전쟁 최전선 인근 3개 주요 저장고를 채우기 위해 1만 개 이상의 군사 장비 및 군수품 컨테이너를 공급했으며, 이는 300만 발 이상의 탄약에 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약을 공급받는 대가로 위성과 핵잠수함,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민감한 군사기술을 제공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 오랫동안 지켜온 비확산 규범'을 폐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진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러시아가 군수품에 대한 공동 생산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차 석좌는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선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원조가 의회에서 정체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호혜적 협력을 지속하고 전쟁에서 결정적인 이점을 얻기 위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을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가 패널이 없으면 유엔 회원국엔 규정 준수를 모니터링하고 현재 제재의 허점을 막을 제3의 기구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제재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선 미국, 일본, 한국, 호주 등 '생각을 가진 파트너'와 같은 주요국들이 정보, 확산 저지 노력, 관련 법안 조율 등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요 7개국(G7)은 유엔 안보리와 동일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지만 "호주와 한국, 스페인 등을 포함할 수 있는 확대된 G7 회원국 간의 적극적인 정책 조정은 불완전하지만 (전문가 패널에) 여전히 효과적인 대체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유엔 대북 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내년 4월까지 1년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기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이 부결되면서 전문가 패널은 창설 15년 만인 내달 30일 자동으로 종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