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시장이 전세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경우 높은 전세가격으로 인해 분위기는 딴판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아파트시장이 전세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경우 높은 전세가격으로 인해 분위기는 딴판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사진=김창성 기자

"잠실 대단지 엘스와 리센츠는 강남·서초보다 전세대란이 심각하다. 전세 8억~14억원대 거래가 한 달에 20건 안팎으로 적고 대부분은 계약갱신청구권이 적용돼 신규 세입자가 전세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민간 조사기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3만건 이하로 떨어져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실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비롯해 노원구와 마포구 등 아파트 밀집 지역에선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고가 지역의 임대인들은 높은 전세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임차인의 희망가격과의 차이로 계약이 성사되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S리포트] 사라진 전세, 실제 현장 가보니(르포)

고가 위주 강남·서초 잠잠, 송파 대체로 계약갱신

"전세 아파트 보시게요? 13억대도 있고 다양해요. 몇 평 찾으세요?"


서울 강남 대장주 '래미안 원베일리'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문앞에서 매물 가격을 보는 중에 적극적인 직원의 태도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는 "매물이 많이 줄고 거래도 뜸한 편이지만 반포 일대 고가 아파트는 수요가 한정돼 전세대란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매물이 줄고 가격이 뛰어도 현금부자 등이 주수요자인 강남 고가 단지의 경우 최근의 전세대란 상황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인근 압구정동 역시 비슷했다. 1976년 입주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30억원에 육박하는 전세 매물이 다수 있고 압구정로데오거리 인근 한양아파트는 10억원 이하 전세 매물도 눈에 띄었다.
서울 아파트시장에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전세대란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곳은 큰 영향이 없는 모습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아파트시장에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전세대란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곳은 큰 영향이 없는 모습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압구정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임대인들이 급매가 아닌 이상 가격을 잘 안 내린다"며 "전세 매물이 많이 줄긴 했지만 빨리 세입자를 구해야하는 급매물을 제외하면 가격 하락이 적고 전세대란까진 아니다"고 말했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도 거래가 잠잠한 가운데 재건축 추진 단지인 은마아파트의 전세 매물만 눈에 띄게 많았다. 구축 아파트가 몰린 대치동 일대는 최근 전세 매물이 0건인 단지부터 대체로 20~30건의 전세 매물이 등록된 반면 재건축이 장기간 지연된 은마아파트만 수백건의 전세 매물이 등록돼 대조를 이뤘다.


대치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치동 일대는 신축 전세의 가격이 높고 구축인 은마아파트 등은 싸지만 너무 낡아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 매물이 크게 줄어든 건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의 전세 아파트 매물이 크게 감소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의 전세 아파트 매물이 크게 감소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신축 아파트가 많고 교육환경도 좋은 것으로 손꼽히는 잠실 대단지 아파트는 강남·서초에 비해 전세대란 분위기가 확연했다. 잠실새내역 인근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 들어 4월까지 8억500만~14억원대 전용 84㎡나 100㎡ 이상 월별 전세 거래가 대체로 20건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엘스나 리센츠, 잠실주공5단지, 헬리오시티 등은 단지 규모가 커 전세 매물이 있는 편이지만 다른 단지는 매물이 적어 수요 불균형이 심하다"며 "이마저도 대부분 계약갱신청구권이 적용돼 새 입주자가 전세 매물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가격 낮은 강북, 전세 매물 '0건'

판상형 구축아파트가 즐비한 노원구 일대는 강남권보다 전세 품귀현상이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1억원대 중반부터 시작해 저렴한 가격의 3억~6억원대 매물이 주를 이뤘지만 단지별로 전세 매물이 0건인 곳이 넘쳐났다. 거래도 뜸했다.

중계역 인근 E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억~6억원대 전세 가격이 다양하게 형성돼 있지만 등록 매물 자체가 많지 않다"며 "중계동 학원가를 찾는 수요가 꾸준한데도 최근 상황은 공급이 달린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북일대 전세 아파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중계동 '건영2차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강북일대 전세 아파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중계동 '건영2차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이어 "전세 매물이 0건이 단지가 수두룩하고 20건 안팎또 많지 않다"며 "그나마 있는 매물도 지하철역에서 멀거나 인기가 없는 1층이라 문의만 많고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귀띔했다.

하계동 일대도 분위기가 비슷했다. 단지별로 전세 등록이 없거나 10~20건 정도에 불과했다. 수요자가 원하는 가격대의 매물이 적다는 게 공인중개업계의 설명이다.

하계역 인근 F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세 문의 수요가 많지만 등록 매물이 크게 줄자 수급 불균형 여파에 가격은 예전보다 수천만원 올랐다"며 "임대인과 임차인의 희망 가격대가 맞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로 매매-전세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매매를 고민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출금리가 높아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도 전세 매물이 귀해졌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도 전세 매물이 귀해졌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사진=김창성 기자

강북에서 서울 최중심가인 마포 일대는 전세 매물이 부족한 데다 고가이다 보니 세입자들이 계약을 망설이는 분위기가 짙어 집주인까지 남감해지는 상황이 감지된다.

대흥동의 G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직장인 H씨는 최근 자녀 통학 문제로 마포 자가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고 용산구 소재 신축빌라의 전세 가계약을 했지만 정작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 H씨의 임대인도 역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자금 사정이 급박하자 전세금의 10%만 받고 입주에 합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G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학군이 좋은 마포의 신축 아파트로 세입자를 쉽게 구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비싼 가격 때문에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현동의 I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공덕동·아현동 일대 신축·구축 모두 전세 등록 매물이 적고 4000가구에 육박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도 매물이 적다"며 "전세 상승기에 세입자의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집주인도 시세보다 가격을 내리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