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강화 방안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 가치 향상과 주주 이익을 도모한다는 취지인데 사실상 '연금 사회주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시즌2'를 예고했다. 과거 국민연금이 일부 기업들의 무분별한 경영 행태와 이로 인한 주가하락에 침묵했지만 앞으로는 스튜어드십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적극적 의결권 행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14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도 "책임투자 원칙을 더욱 강화하고 ESG전략을 전 부문에 확대하겠다"며 "필요한 경우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연금 수익을 함께 지키겠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투자 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2016년 제정됐으며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2018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재명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한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말 "공단은 국민의 주주로서 권한을 대신 가진 것"이라며 "원시적, 후진적 경영을 하는 기업엔 의결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최근 열린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 제고를 위한 내실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촉구했다.
오기형 의원은 "기관투자자가 많은 사람의 자금을 모아서 어떤 회사에 투자하면 경영진이 소통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식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 의원도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대상을 늘리는 게 첫번째 과제"라며 "직접 투자하는 부문 이외에도 기관투자를 통해 위탁운용하는 부문에 대해서도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점검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민간에 대한 정부의 경영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앞세워 민간 기업의 인사나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할 경우 사실상 국가가 기업을 통제하는 관치금융이나 연금 사회주의 결과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에서다.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267곳으로 이미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앞으로 대상을 더욱 늘리고 의결권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기업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가 경영진의 불투명한 경영을 견제해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목적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사 선임이나 투자 등에 정치적 논리가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환열 한국금융시장연구원 대표도 최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국민연금이 이사 선임과 회사 운영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 제126조를 위반하는 행위"라며 헌법소원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연금 사회주의' 논란에 선을 긋고 있다. 김성주 이사장은 "연금 사회주의라고 비판하지만 시장은 아니라고 반응한다"며 "어떤 정치적 목적이나 배경 없이 장기 투자자로서 투자 대상 기업에 리스크 없는 성장을 위해 모든 관여 전략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