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이어 민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도의 손질을 예고했다. 임차인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된 임대사업자 제도가 9년 만에 변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세금에 이어 주택임대사업자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부동산 투자시장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임대사업자 제도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수차례 세금 개편과 폐지, 부활을 반복해 이번에도 임대인 시장의 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엑스(X·옛 트위터)에 "한 사람이 수백 채씩 집을 사 모으도록 허용하면 수만 채 집을 지어 공급한들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설 임대 아닌 매입 임대를 허용할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고 썼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예고에 이어 임대사업자 제도의 개혁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가 임대사업자의 세금 부담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된 물량들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함께 매물을 유도해 공급을 늘리려는 정부의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까지 당정이 구상한 세금 개편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올해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되는 서울 아파트(국토교통부 등록민간임대주택)는 2024년 기준 2만2822가구에 달한다. 2027년과 2028년에 각각 7833가구, 7028가구로 추정돼 앞으로 3년간 총 3만7683가구의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오는 5월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에 이어 민간임대사업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착공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주택 건설보다 빠른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다만 임대 매물의 처분으로 전월세 불안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대사업자 세금 개편 따라 버틸 수도… "공급 효과 제한"

임대사업자 제도는 1994년 도입해 2017년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활성화됐지만 '주택 사재기'에 이용돼 왔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무주택자의 전월세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다주택자의 민간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고 최장 4~8년 임대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세·법인세(건설형) 중과 배제 등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고 갭투기(전세 낀 매수)를 양성한다는 논란에 2020년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 제도가 폐지됐다. 지난해 10·15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이들 지역 내 매입임대사업자는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이 제외된다.


여기에 6·27대책 대출 규제로 주택매매·임대사업자는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0%로 제한됐다. 사업자대출을 이용한 우회 대출을 막으려는 의도다. 임대사업자가 대출을 일으켜 주택 여러 채를 사는 것은 원천봉쇄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보호를 위해 묶어놓은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임대료가 한번에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대부분 등록임대주택은 수도권 6억원 이하, 비수도권 3억원 이하의 노후 구축이 대부분이어서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재고 중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8.5% 수준에 그친다. 전체 임대주택에서 민간임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86.7%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부는 민간임대 공급을 늘리기 위해 다세대·연립주택(빌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 비아파트의 단기 등록임대 제도를 지난해 부활시켰지만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보유 부담이 커지면서 공급 효과를 제한할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매입임대 사업자들은 매도와 보유 중 실익이 큰 쪽을 계산해 결정해야 한다"며 "임대사업자들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감수하고 버티기를 선택하는 경우 공급 효과가 기대보다 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