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2026년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감소 흐름을 이어갔지만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가계대출이 늘었다. 이에 가계대출 규제가 대출 총량을 줄이기보다는 대출의 '방향'만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을 조였더니 대출이 비은행권으로 몰려가는 풍선효과가 심화되면서 현행 대출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1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1월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1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조4000억원 증가해 2025년 12월 1조2000억원 감소에서 한 달 만에 증가 전환됐다. 같은 기간 은행권 가계대출은 1조원 감소하며 전월(2025년 12월)에 이어 감소 흐름을 이어갔지만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4000억원 증가하며 전체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했다.
대출 종류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3조원 늘어 전달(+2조3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은행권 주담대는 6000억원 감소했지만, 제2금융권 주담대가 3조6000억원 늘면서 전체 주담대 규모가 증가한 것이다. 기타대출은 1조7000억원 줄었으나 전월(-3조6000억원)에 비해 감소폭은 축소됐다. 신용대출 감소폭이 2025년 12월 2조5000억원에서 1월 1조원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기타대출이란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전체 가계대출에서 주담대를 뺀 나머지를 의미한다.
한국은행도 은행권에서의 가계대출 감소 기조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6년 1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월 은행 가계대출은 1조원 감소해 2025년 12월(-2조원)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6000억원 줄었고 기타대출도 4000억원 감소했다. 금융위 통계와 한은 통계 모두 은행권 가계대출이 줄고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제2금융권에서는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대출 증가세가 뚜렷하다. 1월 상호금융 가계대출은 2조3000억원 늘어 제2금융권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저축은행 가계대출도 3000억원 증가하며 전달의 감소세에서 증가 전환됐고 여신전문금융사는 200억원 감소해 전달(-8000억원) 대비 감소폭이 크게 줄었다. 1월 가계대출 증가는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이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점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가계대출 증가의 배경으로 연초 영업 재개와 집단대출 확대를 지목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월 가계대출은 은행권 가계대출이 지난달에 이어 지속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확대되며 증가했다"며 "이는 금융회사들의 연초 영업 재개와 상호금융(농협·새마을금고 등)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집단대출 증가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연초 영업 재개와 신학기 이사 수요 등이 겹치며, 연말에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했던 영향과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로 억눌렸던 대출이 다시 늘어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2월에는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더욱 확대되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전 업권이 가계대출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가계대출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규제가 총량 관리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은행권 대출은 줄지만, 그만큼 대출 수요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면서 가계부채 리스크가 다른 금융권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일부 대출 수요 및 문의가 비은행권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지난해 6·27 대출 규제 이후 저축은행권 역시 대출 여력이 줄었고, 현재는 건전성 관리가 최우선 과제인 만큼 무리한 취급보다는 차주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주담대를 중심으로 새마을금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범정부적인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맞춰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1월 가계대출 증가를 일시적 요인에 따른 반등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평가한다. 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주택담보대출이 일부 회복된 영향과 명절 자금 등 단기 생활자금 수요도 일부 늘어나며 1월 가계대출이 증가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를 추세적 증가로 보기는 이르고 금리 인하 시점과 부동산 거래 회복 속도에 따라 상반기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