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잔금대출 차질을 해소하기 위해 집단대출 규제 조정을 검토하면서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관리로 신규 영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집단대출이 별도 관리되면 대출 취급 여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종 방안과 시중은행과의 금리 경쟁에 따라 실제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실수요 목적의 집단대출 공급을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잔금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별도 한도를 부여하는 방안, 금융회사별 관리 목표를 조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적용 대상과 운영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논의는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금융회사의 대출 총량 소진으로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본격화됐다. 금융당국은 최근 5대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열고 입주가 임박한 사업장의 대출 공급 상황과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오는 18일 입주가 시작되는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에는 5대 은행이 총 5000억원 규모의 잔금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개별 사업장 지원과 함께 다른 입주 예정 단지의 대출 수요와 금융회사별 총량 소진 현황을 살펴보며 집단대출 관리 방식의 보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집단대출 38조…막힌 영업 숨통 기대
상호금융권이 이번 논의를 주목하는 것은 올해 신규 가계대출 취급 여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는 0%로 설정됐고 농협도 전년 말 대비 1% 이내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에 일부 조합과 금고는 신규 집단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대출모집인 영업과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해왔다.이런 상황에서 기존에 약정된 물량이 실행되면서 집단대출 잔액은 늘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신협·새마을금고의 지난 6월 말 집단대출 잔액은 38조15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100억원(8.6%)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8.4% 늘었다.
중도금대출은 공정에 따라 나눠 집행되고 잔금대출도 사업장 협약 이후 실제 실행까지 시차가 발생한다. 올해 증가분도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 승인된 대출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집단대출이 총량관리에서 제외되거나 별도 한도로 운영되면 상호금융권은 신규 여신을 취급할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잔금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성격이 강해 신용대출보다 부실 위험이 낮고 장기간 이자수익을 낼 수 있다. 대출잔액이 늘어나면 연체율 산식의 분모가 커져 건전성 지표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업권은 규제 완화가 수익성뿐 아니라 건전성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집단대출은 하나의 사업장에서 대규모 여신을 한꺼번에 취급할 수 있어 연체율 관리가 시급한 지방 조합과 금고의 관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은행과 금리 경쟁…실제 수혜 미지수
다만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상호금융권으로 집단대출 수요가 대거 이동할지는 불확실하다. 지난 6월 말 5대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147조6000억원으로 상호금융권의 약 4배다. 집단대출은 시행사나 조합이 사업장 단위로 금융회사를 선정하는 만큼 금리 경쟁력이 높은 은행이 유리하다.추가 한도가 총량관리 실적이 양호한 은행에 우선 배정되거나 은행권의 전체 가계대출 목표가 함께 늘어날 경우 상호금융권으로 넘어오는 물량은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 상호금융권까지 같은 완화 기준이 적용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규제 조정이 이뤄지면 영업 여건은 일부 개선되겠지만 은행과의 금리 차이로 실제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될 수 있다"며 "상호금융권의 적용 여부와 추가 한도 규모 등 금융당국의 세부 방침이 나와야 영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