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최다 의석 수를 차지한 다카이치 열풍에 묻혔지만 일본 총선에서 또하나 주목할 부분이 있다. 창당 9개월밖에 안된 신생 정당의 돌풍이다. 우리 말로 미래를 뜻하는 '팀 미라이'는 최근 중의원 선거에서 381만표를 얻으며 비례대표 의원 11명을 배출했다.

팀 미라이의 약진은 극단적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끌어들인 덕분이다. 특히 언론사 출구조사에서 무당층이 가장 많이 선택한 야당으로 나타났다. AI 엔지니어 출신 대표가 이끄는 이 정당은 대부분 전문직 종사자로 구성돼 있다. 후보자 평균 나이도 39.5세로 젊다. 실용·기술·정책을 내세우면서 이념 정치에선 벗어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왔다. 기술 기반 행정개혁, AI를 활용한 정책 설계, 디지털 민주주의 구현 등을 내걸며 "전국 어디든 자율주행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사회를 10년 안에 만들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새 정치세력은 차별화를 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팀 미라이의 성공을 단순한 화제나 이변으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세상은 변하는데도 구태를 벗지 못하는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이 일본 만의 현상일까. 유권자의 구조적 변화가 새로운 선거결과를 이끌었다고 봐야 한다.

한국에선 요즘 개혁신당의 정치 실험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개혁신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원 선거 99만원 패키지' 등 저비용·AI 선거를 내걸었다. 공천 신청을 온라인으로 받는데 수시 접수, 수시 심사 방식이다. 공약은 지방의회 회의록을 학습한 AI가 만들고 선거법 컨설팅은 챗봇이 해준다. 이런 시도를 작은 정당의 홍보 전략으로 폄하하는 시각도 있지만, 정치 문턱을 낮추고 정당의 투명성을 높인 건 분명해 보인다.

다만 개혁신당의 실험이 정치권 전반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 건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거대 정당이 변하지 않으면 시스템과 문화를 바꾸긴 어렵기 때문이다. 무소속 강선우 의원의 '공천 거래 의혹'이 터졌지만 정치권에선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특별당비로만 100억원 안팎을 벌었다. 최근 잇따라 열리는 출판기념회가 정치인들의 음성적 수입원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또 여야 모두 극심한 당내 갈등을 겪고 있는데 권력투쟁 양상을 띄는 게 사실이다. 참신한 정책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팀 미라이의 안노 다카히로 대표는 "국가의 운영체제가 낡았으니 버그를 수정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외쳐 왔다. 정치를 권력 투쟁이 아닌 시스템 설계로 본 것이다. 마침 국민통합위원회가 "국민의 92.4%가 보수·진보 갈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들은 진영 논리에 지쳐 있는데 여전히 그 안에 갇혀 있는 한국 정치의 버그는 어떻게 잡아야 할까. 아마도 유권자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거라는 오만한 생각을 깨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