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사실상 시장의 컨센서스(공감대)로 굳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 2%를 웃도는 데다 원화 약세와 서울 집값 상승, 견조한 경기 흐름까지 이어지면서 통화 긴축을 더 미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의 관심도 이번 인상 여부보다 향후 추가 금리 인상 시기와 강도에 쏠린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인하한 뒤 이를 유지해 왔다. 마지막 금리 인상은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물가에 대응했던 2023년 1월이었다.
증권가에선 이번 금리 인상 자체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다만 이후 긴축 속도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은이 이번 회의에서 추가 긴축 가능성은 열어두되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하기보다는 물가와 환율, 가계부채 등 주요 경제지표를 확인하며 결정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기조도 한은의 긴축 행보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인플레이션 위험과 데이터센터·컴퓨팅 수요 확대에 따른 물가 자극 가능성을 언급하며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어 한은 역시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추가 인상 시점은 다음달보다 오는 10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임 연구원은 "고유가의 2차 파급효과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임금 상승 압력도 다소 완화되고 있다"며 "최근 환율도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는 만큼 7~8월 연속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성장률 전망 상향 여부와 추가 금리 인상 속도 메시지 주목"
최근 물가와 환율 흐름도 추가 긴축 속도를 결정할 변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대를 유지했지만 전월 대비 상승률은 0.06%에 그쳤다. 국제유가도 한은이 기존 경제전망에서 가정했던 수준보다 낮아졌고 원/달러 환율 역시 최근 1500원 초반대로 내려오면서 물가와 환율 부담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달 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만큼 결정 자체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관심은 차기 인상 신호를 얼마나 강하게 제시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물가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됐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반면 한화투자증권은 한은이 당분간 강경한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장기간 유지해 온 만큼 지금이 고점이라 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환율이 다소 안정됐지만 수급 요인에 따른 움직임이어서 통화정책 경로를 바꿀 정도의 명분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금통위는 전반적으로 매파적 색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성장률 전망 상향 여부와 추가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메시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한은이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의도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포워드 가이던스의 부작용을 의식하고 있는 만큼 한은도 구체적인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을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금통위 이후에도 다음달 연속 인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발표되는 물가와 고용, 환율 등 경제지표가 추가 긴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 방향을 미리 시장에 알리는 정책 커뮤니케이션이다. 최근 에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중앙은행들이 특정 시점의 금리 경로를 예고하기보다 경제지표를 확인하며 정책을 결정하는 데이터 기반 기조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신현송 한은 총재가 이번 금통위에서 어떤 수준의 매파적 신호를 내놓을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