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생리대 가격 안정화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유통·제조업계가 잇달아 가격 인하와 중저가 제품 출시에 나섰다. 2016년 성남시장 재임 시절부터 생리대를 단순 소비재가 아닌 기본권과 직결된 필수재로 규정한 이 대통령의 철학이 시장 가격 정책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필수재에 대한 물가관리 차원에 앞서 여성 건강(기본권) 측면을 강조하는 정책 일관성으로 읽힌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2016년 저소득층 청소년의 '깔창 생리대' 사연이 알려지자 "단 한 명의 존엄도 훼손되지 않게 하겠다. 구김 없이 자라야할 청소년들의 이런 아픔을 지금까지 몰랐다니 어른으로서 특히 정치행정가로서 마음 깊이 반성한다"며 성남시에서 먼저 저소득층 미성년자 생리대 지원방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2022년 대선 후보 시절에도 "깔창이나 휴지로 생리용품을 대신하는 고통이 없게 하겠다"고 공약하며 생리대 보편 지급과 가격 안정을 강조했다.
유통가, 마진 축소로 필수재 기본권 보장
19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제조업계는 이 대통령 발언 직후부터 가격 장벽 낮추기에 동참하고 있다. 수익 감소를 감수하면서 생리대 가격을 대폭 할인하거나 중저가 생산을 서두르는 식이다.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생리대 3종을 기존 유사 상품 대비 최대 79%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 이마트는 19일부터 일주일간 생리대 50여 종을 5000원 균일가에 판매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필수재인 생리대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유통 마진을 최소화하고 손실분을 본사가 부담하는 구조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체들도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한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9일 국내 제조사 최초로 자체 브랜드(PB) 생리대 가격을 개당 99원대까지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LG생활건강과 일본 유니참그룹의 합작사인 LG유니참은 기존 제품 대비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실속형 제품을 다음 달 출시한다. 유한킴벌리 역시 2분기 중 중저가 신제품을 출시하고 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국내 생리대 시장의 과점 구조를 개선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리대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해야 하는 필수재"라며 "상품의 공급·유통 과정에서 국민이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수재 생산 기업들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은 기업이 필수재를 적정 가격에 공급하는지를 통해 해당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의지를 판단한다"며 "이번 가격 인하는 생리대뿐만 아니라 필수재 시장의 가격 거품을 걷어내고 보편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