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권 부실채권(NPL) 매입 전담회사인 SB NPL대부가 전국 지부별 채권 매입 설명회를 마무리하고 영업 개시를 앞두고 있다. 1월 매각 희망 채권 사전 수요조사에 이어 이달 저축은행 실무진을 대상으로 매입·매각 절차를 직접 공유하는 단계까지 진행되면서 저축은행권 부실채권 정리 작업이 실제 집행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22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SB NPL대부는 지난 9일 서울·인천·경기 지부를 시작으로 전국 6개 권역에서 저축은행 채권관리 책임자 및 담당자를 대상 채권 매입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서는 SB NPL대부 회사 소개와 함께 매각 방식, 매각 시 업무 절차, 대금 산정 기준, 채권 양수도 계약서 주요 내용, 매입 이후 채권 관리 방안 등이 안내됐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SB NPL대부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저축은행들을 지부별로 모아 어떻게 매입·매각 작업을 진행할지 설명했다"며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세부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SB NPL대부는 저축은행중앙회가 출자해 설립한 부실채권 전문관리 자회사로 개별 저축은행이 보유한 부실자산을 업권 공동으로 매입·정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동안 저축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자체 상각하거나 외부에 개별 매각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왔지만 중앙회 자회사를 통한 공동 매각 채널을 구축해 부실자산 정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는 업권 내부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은행에는 유암코, 새마을금고에는 MCI, 신협에는 KCU NPL대부처럼 각 업권별 부실채권 전담 회사가 있는데 저축은행 업권에는 그동안 없었다"며 "저축은행중앙회장이 먼저 필요성을 언급했고 부실채권 정리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시점에 업권 차원에서 검토가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자본 한계 속 첫 매입…AMC 전환 여부가 관건
현재 SB NPL대부의 자본금은 105억원이다. 대부업법상 자기자본의 10배 이내에서만 자산 운용이 가능해 최대 105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처리할 수 있다. 매입 대상은 우선 가계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계획으로는 1분기 안에 매입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며 "대규모 부실채권은 정상화 펀드에서 소화하고 SB NPL대부는 우선 가계담보대출 중심으로 규모가 작은 것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SB NPL대부의 등장으로 부실채권 매입 '수요'를 만들어내는 플레이어가 하나 더 생겼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PF 부실 이후 은행, 증권사,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에서 부실채권 매도 물량은 많아졌는데 사는 데가 없었다"며 "SB NPL대부가 하나의 플레이어로 등장하면서 수요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나 민간 유동화전문회사 중심으로 부실채권을 처분해왔지만 인수 여력과 가격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다만 현재 자본 구조만으로는 저축은행권 전체 부실채권을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업권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부실 가능성이 높다고 분류된 여신) 규모는 8조2267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79%로 3월 말(10.59%) 대비 반년 만에 1.80%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8% 이상으로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는 SB NPL대부의 자산관리전문회사(AMC)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AMC로 전환될 경우 자본금 대비 매입 한도 제한이 사라질 뿐 아니라 저축은행 부실채권을 위탁 추심하는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AMC로 전환되면 현재처럼 자기자본의 10배로 묶이는 구조는 사라진다"며 "다만 매입 규모가 커질 경우 자체 자본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추가 출자나 투자 유치 등을 병행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10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우대 금융 간담회'에서 "현재 저축은행은 수도권 대형사 대비 지방 중소형사의 부실채권 관리 역량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저축은행법을 개정해 중앙회 자회사인 SB NPL대부를 자산관리회사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전국 설명회까지 마무리되면서 SB NPL대부가 사실상 영업 개시 직전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회사별로 어느 정도 규모의 채권을 매각할지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제 매입 착수 시점과 매입 규모 등이 구체화될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