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우려 속에 우리 금융시장이 크게 휘청이고 있다. 코스피는 4일 사상 최대 폭으로 떨어져 5100선마저 내줬다. 코스닥 지수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올해 세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한국 증시가 중동 사태 충격도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1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오르며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심리적 방어선인 1500선마저 뚫리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해외 출장을 늦추고 긴급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중동 사태가 확전,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고유가·고환율·고물가 3고(高) 공포가 시장 전반에 번지고 있다.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 위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관리와 초당적 대응이 필요한 위기 상황이지만, 국익은 뒷전인 채 정쟁에만 몰두하는 한국 정치를 보면 절로 한숨부터 나온다.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기업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중동 사태의 파장 분석과 대응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이재명 독재 공화국" "윤 어게인을 향한 꼬리 흔들기" 운운하며 극단 대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론 압박에 밀려 미국 관세 압박의 빌미가 된 '대미투자특별법'을 9일까지 처리하기로 했지만 국익과 직결된 법안이 정치 거래 대상이 돼 지금까지 몇 개월째 처리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이처럼 국익 보다는 당리당략만 앞세우는 행태가 만연해 있으니 중동발 경제·안보 복합 위기가 안중에나 있는지 의문이다.

앞으로 여야의 대치와 갈등은 더 심해질 공산이 크다. 지방선거가 석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대결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의 노선을 둘러싼 내홍 속에서도 전국 순회 집회까지 검토하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릴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 중이다. 하나같이 여야 충돌이 불가피한 사안들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둘러싼 국제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야말로 초불확실성 시대다. 금융시장이 연일 '최대 충격' 기록을 새로 쓰고 있지만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는 않다. 장기적 관점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선제 대응과 국회의 협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우리 경제와 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 발생하면 초당적 논의도 필요하다. 적어도 국가적 위기 앞에서 정치가 짐이 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