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틈탄 '꼼수 인상'과 '사재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매점매석 등의 행위에 대해선 3년 이하 징역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동상황 관련 경제 분야 대응 방향' 당정 협의회에서 중동 사태 이후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폭등한 데 대해 "정부 합동반이 오늘부터 주유소를 직접 방문해 전면적으로 점검한다"며 "이번엔 법 위반이 발생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최대한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적 위기를 악용해 폭리를 취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중동) 상황을 이용해 돈을 좀 벌겠다고 혼란을 주는 것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할 것 같다"며 "(국제유가가) 국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돼서 가격이 조정되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오를 거라고 예상된다고 갑자기 소비가격 자체가 이렇게 폭등하는 건 국민이 겪는 국가적 어려움을 이용해 자기 이익만 보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한 바 있다.
'최고가격제' 초강수 만지작
정부의 제재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물가안정법)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등을 근거로 한다. 우선 정부는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최고가격제'(가격 상한선)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최고가격제는 폭등한 시장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정부가 상한선을 설정하는 가격 통제 장치다.
정부가 최고가격제 시행을 검토하는 것은 최근 급등한 국제 유가가 거의 시차 없이 국내 휘발유 가격에 즉각 반영됐기 때문이다. 대개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그러나 이날 오후 5시30분 기준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1870원을 넘어섰다. 지난 1일 1695.89원(종가 기준)에서 나흘 만에 170원가량 올랐다.
최고가격제는 물가안정법과 석유사업법에 근거를 둔다. 우선 정부는 석유사업법에 따라 휘발유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 이 법률 제23조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석유의 수입·판매 가격이 현저하게 등락할 우려가 있는 경우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석유판매업자의 판매가격에 대해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를 시행한 이후 지금껏 석유 제품에 이 제도가 적용된 적은 없다.
만약 정부가 고시한 최고가격을 초과해 휘발유를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부당이득 환수와 형사처벌이라는 이중 제재를 받게 된다. 먼저 물가안정법 제2조의2에 따라 판매자가 챙긴 부당이득(실제 거래 가격에서 최고가격을 뺀 초과 수익 전액)은 과징금으로 국고에 환수된다. 과징금을 기한 내에 내지 않으면 국세 체납 처분의 예에 따라 강제 징수 절차를 밟는다. 이와 더불어 상한가를 어긴 데 대해 석유사업법 위반이 적용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까지 부과될 수 있다.
기름 사재기 땐 '전량 몰수'
가격 인상을 노리고 고의로 휘발유를 쌓아두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판매를 기피하는 등 '매점매석' 행위가 적발될 경우에도 물가안정법에 따라 즉각적인 시정 명령과 함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범죄에 이용된 휘발유 등은 전량 몰수되거나 그 가액을 추징당한다. 구 부총리는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유류를 판매하는 곳이 있다면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해 달라"며 "관계기관이 바로 점검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주유소뿐만 아니라 정유사 등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매점매석 방지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 '석유제품 매점매석행위 금지' 고시가 발동되면 정유업체의 휘발유·경유 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5%, 액화천연가스(LPG) 부탄은 120%로 한시 제한된다. 특정 업체에 물량을 과다하게 넘기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판매를 기피하는 꼼수 역시 차단된다.
개별 주유소의 일탈뿐만 아니라 가격 담합에 대한 감시망도 좁혀진다. 구 부총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며 "가격이 높은 주유소에 대해 담합으로 인정될 경우 가격 재조정 조치도 가능하다"고 했다.
공정위는 유독 가격이 높게 형성된 지역을 중심으로 주유소 간 부당한 공동행위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만약 담합 사실이 적발될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40조 위반으로 관련 매출액(담합을 유지한 전체 기간의 매출액)의 최대 20%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된다. 공정위 고발을 통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등 강도 높은 형사처벌까지 뒤따를 수 있다.
정부의 현장 점검을 방해하는 행위 역시 엄벌에 처해진다. 주유소가 정부 합동반의 장부 및 서류 검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기피할 경우 최고 2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거짓으로 자료를 보고할 경우에도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구 부총리는 "시장의 폭리 문제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단기간 내 급등한 석유 가격이 곧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