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을 1만가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국제업무 거점 기능 약화와 인프라 부담을 우려하는 의견이 제기된다. 사진은 6일 토론회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정부가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을 1만가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지역사회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도심 주거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제업무 거점 기능 약화와 인프라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서울 도심 주택 공급 정책의 올바른 방향 토론회'에 참석해 "서울의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 과제는 새로운 국제업무 거점을 형성하는 것"이라며 "도심 주거는 필요하지만 기능 배치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재 서울이 인구·경제 규모에 비해 국제업무 기능이 약하다고 분석했다. 용산은 교통·녹지·업무 입지가 교차하는 곳으로 단순한 택지 공급이나 일반 주거지와 다른 성격을 가지므로 기능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 프랑스 파리 리브고슈 등 세계 주요 글로벌 업무지구는 금융·첨단산업·행정·연구 기능의 집적 효과를 중심으로 공간을 설계한 뒤 밀도를 조정했다. 정 교수는 이를 근거로 "해외 대도시들도 기능을 먼저 배치한 이후 주거를 확대했다"며 "주거는 업무 중심성을 약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도시 활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교수는 '직주근접'이 도시 생산성을 높이고 인재 유치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도심 주거 확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정 교수는 "도심 고밀은 필요하지만 수용 능력을 넘어서면 기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교통망과 공공시설 등 인프라가 먼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마이스(MICE) 중심 개발이 순조로운 반면 용산은 주택 공급 여부를 둘러싼 논쟁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송 대표는 "강남·광화문·여의도 사이에 위치한 용산은 업무지 연결성과 교통 면에서 서울의 핵심 상업 거점이 될 수 있다"며 "서울 상업지역이 약 4%에 불과한 만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 거점 기능 약화 우려"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행 6000가구 공급 계획이 가장 안정적이고 최대 8000가구가 합리적"이라며 정부의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가구 공급 계획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6일 오 시장이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서울시에 따르면 1만가구로 주택 공급 계획 변경 시 주거 비율은 현행 30%에서 50%로 증가한다. 김용학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용산 업무지구 주택 6000가구 계획은 서울시 단독 구상이 아니라 국토교통부와 장기간 논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며 "이를 8000가구로 단순 확대하면 밀도 증가로 기반시설 부담과 각종 영향평가가 뒤따른다. 실무적으로 최소 2년 이상의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용산구민들은 정부가 사전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물량 증가를 통보했다며 비판한다. 용산구 학부모 대표로 나선 서용화씨는 "대부분의 학교가 과밀 학급으로 1만가구 건설시 대책이 필요하다"며 "주택 공급에 따른 학생 수와 학급 수, 학군 변화를 시뮬레이션하고 설명해야 한다. 국제업무지구 내에 최소 하나 이상의 초·중·고 통합 교육 캠퍼스 부지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1·29 대책을 통해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물량을 1만가구까지 확대하기로 했으나 서울시와 대립하고 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행 6000가구 공급 계획이 가장 안정적이고 최대 8000가구가 합리적"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10여년간 방치된 서울 용산구 옛 철도정비창 부지(45만6099㎡)를 업무·주거·상업 복합도시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착공 목표는 2028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