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유가 쇼크가 이어지면서 4월 항공권 가격에 반영되는 유류할증료가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고유가·고환율 '이중고'를 겪는 항공업계가 여행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다음달 1일부터 국내선 유류할증료를 7700원으로 인상한다. 3월 편도 기준 6600원에서 약 17% 오른다.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오는 16일 고시될 예정이다.
외항사들도 연료비 상승에 대응한 유류할증료 인상에 나섰다. 최근 홍콩항공은 유류할증료를 최대 35.2% 올려받기로 했으며 스칸디나비아항공은 단기 요금 조정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호주 콴타스항공과 에어뉴질랜드 역시 항공권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유류할증료는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항공사가 운임에 부과하는 추가 요금이다. 국내선은 전전월 1일부터 말일까지, 국제선은 전전월 16일부터 전월 15일까지의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중동 사태가 산정 구간에 포함된 만큼 국내선보다 인상 폭이 클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은 유가 급등 시기가 유류할증료 산정 기간과 겹쳐 국내선보다 변동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류할증료는) 달러로 책정되는데 고환율 영향까지 받는다면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은 더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기준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225.44달러로 미국의 이란 공습 직전인 지난달 27일 배럴당 93.45달러 대비 140% 이상 급등했다. 항공업계는 이달 배럴당 85.85달러 수준이던 항공유 평균 가격이 다음달 배럴당 16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본다. 이 경우 대한항공 인천-뉴욕 노선 유류할증료는 현재 9만9000원에서 20만원을 넘어설 수 있다.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의 유류할증료 인상 폭은 1만원 안팎이지만 장거리 노선은 최대 십만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지난해 항공업계는 고환율·고유가로 인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중동 사태로 항공료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여행 수요 위축까지 겹친 '삼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가장 먼저 재무 체력이 약한 LCC(저비용항공사)의 수익성 타격이 예상된다. 장거리 노선을 확대하고 있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원가 부담이 크게 늘 것이란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항공화물 운임 상승이 예상되지만 LCC는 화물 사업 비중이 낮아 이를 통한 수혜도 기대하기 어렵다. 연간 4조원 이상의 수익을 화물 사업에서 올리는 대한항공만 추가 비용 부담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LCC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실적 개선 기대감이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너무 큰 이슈다 보니 관련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