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6호 펀드에 수천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해당 펀드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업계 안팎과 주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기간산업과 핵심광물 공급망에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우려의 핵심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CIC는 MBK 6호 펀드에 약 4000~5000억원, 약정 총액의 5% 안팎을 출자한 주요 LP 중 하나로 거론된다. 실제로 김광일 MBK 부회장은 2024년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MBK 6호 펀드 중 중국 자본 비율은 5%가량을 차지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난해 MBK는 2024년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 당시 조달했던 브릿지론 일부를 펀드 캐피탈콜 자금으로 상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 사태와 고려아연 적대적 M&A 추진 여파로 국내 기관들이 출자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CIC를 비롯한 해외 LP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제기됐다.
시장 안팎에서는 CIC의 과거 투자 사례를 감안하면 국가기간산업 영향력 행사에 관심을 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광산기업 텍리소스 투자 사례가 거론된다. 텍리소스는 구리·아연 광산 운영과 제련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핵심광물 기업으로 고려아연과 동일한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CIC 홈페이지 설명을 보면 2009년 자회사 풀블룸인베스트먼트를 통해 15억달러(현 환율 기준 2조2000억여원)를 투자해 캐나다 광산기업 텍리소스 주식(클래스B 기준) 약 1억주를 취득했다.
CIC는 첫 투자 이후 2017년에 텍리소스 주식 일부를 처분해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으나 여전히 상당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와 텍리소스 연례보고서 등에 따르면 CIC는 텍리소스 주식 약 2700만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텍리소스는 고려아연의 아연 정광 조달처 중 하나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CIC가 텍리소스와 MBK 6호 펀드를 매개로 글로벌 핵심광물 밸류체인에 접점을 넓히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국부펀드와 국영기업, 정책금융 등을 활용해 해외 자원 조달처와 관련 기업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왔다는 거다.
최근 중국이 핵심광물과 희토류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해 수출 규제 등의 행보를 보인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2013년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보고서를 통해 CIC가 중국 국영기업들과 보조를 맞추며 자원 부문에 투자해 왔고 실질적으로는 정부 관료들에 의해 운영되면서 전략적 목표를 추구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정치권 역시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중국 자본이 연계됐다고 거론했다. 202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는 비철금속 제련 분야 세계 최고 기술을 보호할 방안을 놓고 MBK에 '절대로 중국에 유출하지 말라'고 부탁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냐"고 했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 자본이 MBK에 5% 포함된 것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경기'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학계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해 3월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MBK 도덕적 해이와 대두되는 사모펀드 책임론' 토론회에서 김병준 강남대 교수는 "빠른 투자금 회수를 지향하는 MBK 입장에서는 고려아연을 인수하려고 혈안이 된 중국계 기업에 비싼 가격으로 되팔 수 있는 유인이 크게 존재한다"며 "중국에 모든 고도의 제련 기술을 다 빼앗기고 제3의 중국 본토 기업에 세계시장을 거의 잠식당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안보 차원에서 고려아연 인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