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삼성SDI의 '피지컬 AI'용 전고체 배터리 샘플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SDI가 미래 기술·글로벌 네트워크·투자 여력 등 주요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전고체배터리 양산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까지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배터리 세일즈에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으로 약 10조원의 여유 자금도 확보한 만큼 실적 반등에 속도가 날 거란 관측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막 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내년 하반기 양산을 앞둔 전고체배터리 기술 청사진을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배터리 샘플을 대중 앞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고밀도 에너지·장수명·고출력 특성을 충족하는 동시에 경량화까지 실현한 게 핵심이다. 그동안 각형 전고체배터리를 개발해 온 삼성SDI는 폼팩터 다변화를 통해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각종 로봇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전고체배터리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전고체배터리 기술의 새로운 명칭 '솔리드스택'(SolidStack)도 발표했다. 한 단계 진보한 스택 기술을 통해 안전성·장수명·고용량 특성을 구현했다. 현장석 삼성SDI 전략마케팅실 상무는 이와 관련해 "전고체 분야에서 1000여건의 특허출원과 500여건의 특허등록 건수를 보유하는 등 글로벌 업계에서 독보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전고체배터리 양산 준비를 마무리하고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배터리 기술 표준을 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형 배터리의 새 이름인 '프리즘스택'(PrismStack)도 공개됐다. 삼성SDI는 1997년 각형 배터리 관련 특허를 출원한 이후 다양한 분야에 해당 제품을 선제적으로 적용하며 여러 기술 노하우를 쌓아왔다. 그간의 노력은 유의미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회사 미주법인 '삼성SDI 아메리카'(SDIA)는 각형 기술을 기반으로 미국 메이저 에너지 전문업체와 1조5000억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도 가속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얼마 전 유럽 출장에서 주요 완성차 업체 경영진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은 지난 13일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뒤 "여러 고객사를 만나고 왔다. (추가 수주 가능성에 관해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BMW·포르쉐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 중인 만큼 이번 출장을 통해 고객사들과 배터리 공급 확대 및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여유 자금도 확보한 상태다. 지난달 19일 투자 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를 매각하면서다. 향후 성장세를 보이는 ESS를 중심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은 물론 전고체배터리 연구개발에도 힘을 실을 전망이다.

기술·네트워크·자금 등 세 핵심축이 마련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보면 올해 영업손실은 5100억원으로 전년(-1조7224억원)보다 적자 폭이 크게 감소하고, 내년에는 1조7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용락 삼성SDI 연구소장(부사장)은 "미래 에너지 시장의 변화를 이끌 혁신기술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기술 경쟁력을 지속해서 강화할 것"이라며 "AI 시대의 글로벌 배터리 기술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