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며 경영권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우호 지분 비중이 높아 실질적인 영향력 확대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호반의 행보가 적대적 인수·합병(M&A)보다는 경영권 분쟁을 촉발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투자 차익을 실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한진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한진칼 지분 18.78%를 확보해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5월 (18.46%) 대비 0.32%포인트 늘었다.
한진칼 최대 주주인 조 회장은 전년 말 대비 0.43%포인트 증가한 지분 20.56%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호반건설과 조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는 2024년 말 기준 2.23%에서 지난해 말 1.78%로 0.45%포인트 좁혀졌다.
호반건설의 지분 확대에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4.90%)과 산업은행(10.58%) 지분을 합친 조 회장 측의 전체 지분은 총 46.04%로 호반을 크게 앞선다. 이를 활용할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는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는 평가다.
호반건설은 과거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사모펀드 KCGI로부터 2022년 지분을 사들여 2대 주주로 올라섰다. 2023년엔 팬오션으로부터 한진칼 지분 5.85%를 추가 매입했다. 일각에서는 건설업과 연관성이 낮은 항공사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취득하는 데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항공기 운항·정비, 승객 서비스 등 항공 사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 인수 시 안정적인 경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경영권 확보보다는 본래의 투자 DNA가 반영된 행보라는 시각이 많다. 호반그룹은 종합건설사로 알려졌지만 첫 주력 사업은 캐피탈 사업이었다. 김상열 회장은 1989년 호반을 설립한 뒤 1996년 호반건설의 모태인 현대파이낸스를 출범시켰다.
현대파이낸스는 설립 초기 팩토링금융과 단기자금지원 사업을 주력으로 했다. 팩토링금융은 기업이 외상매출채권을 금융회사에 넘기고 그 대금을 미리 받는 방식의 금융 서비스다. 단기자금지원은 기업의 일시적인 자금난 해소를 위해 자금을 빌려주는 사업이다.
김 회장은 사업 초기 이같은 레버리지 수단을 활용해 '무자본 성장'에 성공했다. 자체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상거래로 발행한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현금을 조달하고 이를 다시 다음 사업에 투입하는 식이다. 호반건설은 당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1999년부터 토목 및 건축 사업으로 몸집을 키웠다.
건설경기 침체로 실적이 악화한 호반이 투자 중심 사업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호반건설의 영업이익은 2022년 5973억원에서 2023년 4012억원, 2024년 2716억원으로 지속 감소했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 행보가 자칫 주식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보유 지분을 고가에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며 주가조작 수사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할 것"이라며 엄벌 의지를 밝힌 만큼 관련 수사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호반의 투자 행보 역시 감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