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못한 채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9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전광판에 표시됐던 원·달러. /사진=뉴스1

3월 원·달러 환율 평균이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기록을 넘어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와 AI(인공지능)·반도체 산업 고평가 논란 속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두 달 동안 50조원 규모의 순매도를 단행하며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 결과로 해석된다.

3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월간 평균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1489.3원이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월(1488.87원)을 넘어선 수치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직후였던 1997년 12월(1499.38원)과 1998년 1월(1701.53원), 2월(1626.75원)에 이어 역대 네 번째 높은 수치다.

올해 평균 환율은 1464.9원으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1분기(1596.88원)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주에는 환율이 1517원까지 치솟으며 주간 평균이 1503.4원에 달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500원대가 재현됐다.

원화 약세는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지난 27일까지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4.7%(뉴욕 종가 기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로(-2.6%)·엔(-2.6%)·파운드(-1.6%)·스위스프랑(-3.7%) 등과 비교해 낙폭이 컸다. 아시아 통화 가운데서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자리한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자금 이탈도 겹쳤다. 외국인은 이달 코스피에서 29조800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난달 기록을 넘어섰다. 두 달 동안 누적 순매도 규모는 5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산업 구조에 대한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중심 수출 구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AI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고평가 논란 역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원화 약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유가가 120~130달러 선을 유지할 경우 환율 균형점 자체가 1500원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미국의 지상군 투입 등 전쟁 확대 시 환율이 1540원 선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