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한 지 4일째에 접어들었다. 1차 시기보다 상한선을 올렸지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정유업체의 손실 부담은 확대되고 있다. 정유업계가 정부에 협조하고 있지만 나프타 수출 제한까지 겹치면서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16.33원 오른 리터(ℓ)당 1881.09원, 경유 가격은 15.27원 오른 1873.2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주유소 가격은 휘발유 1933원, 1907.5원으로 나란히 1900원을 넘었다.
지난 27일부터 시행된 2차 최고가격제가 기름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분을 추가 반영하며 모든 유종에 대한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 상한선이 1차 석유 최고 가격(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 대비 210원 올라서다. 지난 13일 1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을 때는 전국 평균 휘발유·경유 가격이 1800원대까지 내려온 바 있다.
상한 가격이 오르며 소비자 부담이 일부 커졌다는 지적이지만 공급자인 정유업계의 고민은 훨씬 깊다. 중동 리스크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만큼 최고가격제 자체를 지속하는 거 자체가 업계에 큰 압박이어서다. 국제 가격과 국내 공급가 간 괴리가 커지면 정유업계 수익성 우려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 27일 기준 국제 휘발윳값(92RON)은 배럴당 130.51달러로 미국의 이란 공습이 본격화되기 이전(79.64달러)보다 약 64% 급등했다. 경유 가격(황함량 0.001%)도 배럴당 237.83달러로 약 158% 올랐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란 전쟁의 일단락 시기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할 경우 글로벌 원유 핵심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주도권을 쥔 이란이 더 폐쇄적으로 변하며 원유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29일 이란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이란 원유 수출 기지인 하르그섬을 장악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정부는 정유사를 대상으로 손실 보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효과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정산은 손실 보전·정유사의 입증 책임·분기별 정산 등의 원칙에 의해 사후 정산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실제 정산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게 현재의 시각이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아직 손실 보상 기준을 구체적으로 고지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2차 최고가격제 시행일과 같은 날 나프타 긴급 조정 조치까지 시행돼 고충은 심화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체는 앞으로 5개월 동안 나프타 수출을 전면 제한받는다. 나프타 수급난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긴 하지만 수출로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정유사 입장에선 수익 창출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가 산정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 인상분 대비 국내 정유사 공급가격 인상 폭은 여전히 제한적인 데다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물 가격은 훨씬 더 높은 상황"이라며 "(주유소 공급가격 제한이) 이해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업계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