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의결권 행사 등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이행 평가 주체를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관리·감독 기능을 한국ESG기준원 등 민간 기관에 맡기는 방향으로 방침을 세웠다. 점검 결과를 공시하고 인센티브를 통해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적용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여권 일부 의원들은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금감원 등 당국이 직접 이행 평가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당국이 전면에 나설 경우 '관치 금융'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을 점검하고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기업 가치를 높이도록 유도하는 자율 규범이다. 투자자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2018년 국민연금이 도입을 주도했지만 이행 점검 체계가 미흡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행 스튜어드십 코드는 민간 자율 규범으로, 코드의 제·개정은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가 맡고 실무 지원은 ESG기준원이 수행한다. 문제는 운영 방식 자체에 실질적 이행 점검 기능이 약하다는 점이다.
특히 기관이 스스로 참여 의사를 공표하고 관련 문서를 올리면 이를 공개하는 구조여서 ESG기준원 입장에선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홈페이지는 "참여 기관투자자와 자문사의 자료를 받아 명단과 문서를 게시할 뿐 기재 사항의 진위 여부 및 실제 이행 여부를 점검·보증하지 않는다"며 "해당 내용의 활용 등으로 인한 이용자의 손실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ESG기준원의 이해상충 문제도 있다. 현재 ESG기준원은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의결권 행사 자문과 책임투자 지원서비스를 유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만약 ESG기준원이 고객인 기관투자자들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평가까지 맡게 된다면 이해충돌이 불가피하다.
ESG기준원은 자문 및 ESG 평가 조직을 분리하고 정보교류 차단 장치를 두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시장에서는 두 가지 기능이 한 기관 안에 함께 있는 구조 자체가 이해상충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일본의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의 관리를 한국의 금융위 격인 금융청(FSA)이 맡고 있다. 다만 법적 강제력이 없는 연성 규범으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