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웡 브라운대 교육정책학 명예교수 겸 홍콩대 공공정책학 학장은 한국처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나라에선 지방자치단체장이 학교의 행정·재정·운영을 맡고 교육과정은 전문가 중심 교육위원회가 담당하는 '한국형 통합 거버넌스'가 현행 교육감 직선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사진은 '동행미디어 시대'와 인터뷰에 나선 케네스 웡 교수. /사진=줌(zoom) 캡처

"한국처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헌법상 규정된 나라에선 교육의 행정과 예산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 과정은 전문가 중심 교육위원회가 담당하는 모델이 가장 효율적이다."

케네스 웡 브라운대 교육정책학 명예교수 겸 홍콩대 공공정책학부 학장은 2일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화상인터뷰에서 이 같은 '한국형 교육 통합 거버넌스'를 제시했다.


현재 한국에선 교육예산을 대는 주체와 쓰는 주체가 분리돼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방교육청에 교육비특별회계 전출금을 지급하지만, 이를 편성·집행하는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교육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지만 지자체와 교육청이 엇박자를 내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웡 원장은 "지자체 주도의 통합 거버넌스는 지자체가 교실 수업 자체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목표와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행정·재정·운영은 시장(지방자치단체장)이 직접적으로 맡고, 교육 자체는 전문가들이 맡는 구조를 설계하면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완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카고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웡 원장은 미국 연방 교육부 자문, 시카고·뉴욕 등 대도시 교육개혁 연구·자문에 참여해 온 교육 거버넌스 분야 권위자다. 대표 저서인 '교육하는 시장'(The Education Mayor)으로 미국행정학회(NAPA)의 최우수 저서상을 받았다.


다음은 웡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웡 원장은 브라운대 교육정책학과 윌터 앤 레오노어 애넌버그 명예교수이자 홍콩대 거버넌스 및 정책학부 공공정책학 교수 겸 학장을 맡고 있다. 사진은 웡 원장의 모습. /사진=브라운 대학교

-교육 통합 거버넌스가 실제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높이거나 더 나은 교육으로 이어지기도 하나.

▶미국에서는 그렇다.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시장 주도의 통합 거버넌스는 학교를 삶의 질 문제와 더 긴밀하게 연결함으로써 학교 개선에 분명한 도움을 준다. 뉴욕시 등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시장(지자체장) 주도 교육개혁 이후 학생들의 학업 숙달도는 매년 1~3%씩 꾸준히 상승했다. 종단분석에서도 시장 주도 학군은 초등학생의 읽기·수학 성취에서 주 평균 대비 약 0.15~0.19 표준편차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

한국은 전반적으로 학업 성취가 높은 나라지만 지역별·집단별 격차, 정신건강 문제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교육 현안은 통합 거버넌스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특히 AI(인공지능) 분야가 주목된다. 민간 부문은 AI를 매우 빠르게 도입하고 있고 이를 실제 문제 해결에 활용할 역량도 갖추고 있다. 반면 학교는, 적어도 미국의 경우, 그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학교들은 기술적으로 두세대 정도 뒤처져 있다.

시장 주도의 통합 거버넌스는 학교가 AI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교육에 접목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 시장은 회의를 소집할 수 있고 시장의 요청에 산업계 리더들이 응답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IT 업계 핵심 인사들을 불러 학교가 기술과 AI 발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렇게 기술을 교실 가까이 끌어오면 학생들은 분명한 혜택을 얻게 된다.

-한국은 지역소멸 문제가 심각하다. 통합 거버넌스가 지역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나.

▶그렇다. 젊은 층이 일자리와 더 나은 학교,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는 지역일수록 시장들이 더 긴급하게 나서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통합 거버넌스는 교육을 고등교육, 삶의 질, 인력개발과 더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 거버넌스가 지역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효과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노동시장과 직업교육의 연계다. 미국 여러 도시에서는 시장이 산업계와 협력해 학교 안에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민간 기업 엔지니어들을 자문위원으로 참여시켜 현장 수준에 맞는 기준을 교육 과정에 반영했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고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전문 기준과 학업 기준을 이해하게 되고 졸업 후 바로 일자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는 지역사회와 비영리 부문과의 연계다. 지역사회 삶의 질을 지탱하는 일자리, 즉 비영리단체나 사회서비스 기관, 고령층 지원 조직 등은 청년들이 고등학교나 2년제 대학 졸업 후 일정한 기술을 갖췄을 때 진출할 수 있는 분야다. 시장이 비영리 부문과 연계를 이끌면 청년들이 지역에 남아 지역사회를 지원하면서 일자리를 얻는 경로를 만들 수 있다.

셋째는 고등교육과의 연계다. 시장은 대학 총장들을 모아 젊은 층의 유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인구 전망과 청년 유출 흐름을 함께 분석하고 대학이 지역 가까이에 어떤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지 협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 지자체가 협력해 대학의 소규모 지역 캠퍼스, 이른바 '미니 캠퍼스'를 만드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른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나.

▶통합 거버넌스의 또다른 장점은 예를 들어 학교 주변이 위험하다면 시장은 경찰 자원을 더 잘 연결해 학교 안전을 확보하도록 만들 수 있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선 제설 작업을 곧바로 하게 해 학생들이 학교에 갈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시장은 교육을 도시나 카운티의 다른 행정 단위와 연결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또 시장은 중앙정부, 교육부, 장관, 심지어 총리와 대통령과의 소통을 조율하는 데도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여러 지역의 시장들이 연합체를 만들면 교육 수요를 함께 제기한다면 교육의 구체적인 필요를 국가 차원의 우선 의제로 끌어올릴 수 있다.

-대도시들이 시장 주도의 통합 거버넌스를 도입한 배경은 무엇인가.

▶재정위기도 하나의 이유였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선 재정위기 때문에 시장이 약 10년 동안 교육 문제에 더 깊이 관여하게 됐다. 저희 연구에서 확인한 점은 통합 거버넌스가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몇 년의 시장 통제 이후 예산 균형을 맞출 수 있었고 도시 서비스와 공립학교 서비스 사이의 조정을 통해 일부 지원 기능을 간소화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구매, 계약, 법무, 안전, IT(정보기술) 같은 분야는 도시 전체 차원에서 함께 운영할 수 있다. 학교 시스템의 관료조직을 간소화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통제 교육구는 일반 교육구보다 전체 예산 중 교수학습에 투입하는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고 통합 거버넌스 도입 후 학생 1인당 약 130달러 이상의 추가 재원이 행정 비용이 아닌 수업 현장으로 재배분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행정에 교육이 종속된다는 우려가 교육계에선 제기될 수 있을 것 같다. 교사 자율성 침해 우려는 어떻게 봐야 하나.

▶교사들은 시장의 통제를 직접 받지는 않는다. 다만 거버넌스 구조가 바뀌면 시장이 자원 배분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게 되고 이 지점에서 교사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교사들의 가장 큰 우려는 학교 통폐합이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학교가 생기면 통합 거버넌스에서는 효율성을 이유로 학교를 통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교사들은 일자리 축소를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교사들은 새로운 역할과 근무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또 노조 계약이 있는 만큼 시장이 그 계약 자체를 손대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교실 수업 자체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뉴욕이나 시카고에선 교사와 교육 전문가들이 반발하지 않았나.

▶핵심은 참여다. 교사들을 위한 참여 절차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교사들은 이미 강한 대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교원노조와 협상해야 한다.

실제로 뉴욕에서는 통합 거버넌스 이후 교원노조가 오히려 그 체제의 지지자가 됐다. 시청이 주요 교육정책 이슈를 논의할 때 교원노조를 자문 파트너로 초대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학부모, 교사, 교장이 모두 시장에게 조언할 수 있는 구조가 보장되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헌법상 원칙이어서 러닝메이트제나 지자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하는 제도 도입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한국형 통합 모델'을 추천하나.

▶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시장 주도의 통합 거버넌스가 교실 수업에 간섭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교육 그 자체의 영역은 예산, 행정, 학교 시설 개선 같은 인프라 지원 영역과 분리할 수 있다. 즉, 시장은 도시 차원 교육의 목표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지 교수법이나 평가방식, 숙제 같은 세부 교육활동에 개입하지 않는다.

시장실과 행정조직은 학교의 행정·재정·운영을 담당하고 교육은 시장이 임명한 교육위원회가 맡는 구조가 가능하다. 그 위원회는 교육 전문가, 대학 관계자, 교사, 전직 교장, 전직 교사 등으로 폭넓게 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5명 정도의 교육위원회를 두고 이 위원회가 교육과정과 수업 정책에 더 강한 권한을 갖되 시장에게 보고하는 구조다.

큰 틀에서 보면 행정·재정·운영은 시장이 더 직접적으로 맡고 교육은 간접적으로 맡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정치적 중립성은 매우 중요하므로 교육위원회 설계 자체에 그 중립성을 핵심 기준으로 내장해야 한다.

-미국의 시장들은 정당에 소속돼 있다. 시장으로부터 임명된 교육위원회가 당파적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어떻게 막을 수 있나.

▶견제와 균형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시장이 특정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쓰려 할 때 시의회가 그 지출을 승인하도록 해야 한다. 워싱턴DC의 경우 시의회가 예산 항목별 수정 권한을 갖고 있어서 너무 정치적이거나 당파적이라고 판단되는 항목은 빼버릴 수 있다.

또 국가정부나 주정부, 혹은 광역정부 차원의 견제와 자문도 중요하다. 여기에 학부모·교사·교장 중심의 자문 구조를 학교 단위 협의 과정과 함께 제도화한다면 정치적 편향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사진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00일 앞둔 23일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관련 게시물을 부착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