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로보틱스 기반의 산업 재편 전략이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세미나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건설산업이 수주 감소와 투자 위축 등 침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생산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로보틱스 기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 재탄생 2.0' 세미나에 참석해 "건설업이 기능 전문화에 따른 업역 분절과 부처별로 파편화된 거버넌스 체제에 갇혀 있다"며 "건설업을 단순 시공업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산업 활동, 국가 시스템 전반을 떠받치는 '국가 운영체제(OS)'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수주 1년 만에 -10%…주요 지표 하락

건설업의 전년 대비 주요 지표를 보면 건설수주(-10.8%) 건축착공면적(-49.6%) 건설기성(-18.2%) 건설투자(-9.8%) 등 전 부문이 악화해 대전환이 필요한 '골든타임'을 지나고 있다.


손 실장은 "건설산업 재탄생의 성패는 사람·거버넌스·기술의 실행 기반에 달려 있다"며 "사람은 산업의 핵심 가치를 재정립하고 참여 주체의 인식 전환을 이끄는 출발점이며 거버넌스는 다양한 참여 주체 간 유기적 협력을 통해 정책과 시장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실행 체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은 AI·데이터·자동화 기반으로 산업의 생산성과 신뢰를 함께 끌어올리는 전환 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최석인 건산연 기획·경영본부장은 건설산업의 낮은 디지털 전환율과 보수적인 기술 운용 등 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최 본부장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의 작동원리(OS)를 재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AI와 로보틱스가 분절된 건설 가치사슬을 연결하고 혁신을 이끌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는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틱 AI'(스스로 목표 설정) '피지컬 AI'(물리적 실체와 결합)로 급격히 진보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테슬라와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이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2~4년 내 건설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설계·시공 등 업역 간 경계가 무너지고 인공지능 기반 통합 플랫폼을 선도하는 기업이 산업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생산성 향상, 안전, 품질 확보, 사업 리스크 제거를 통한 금융 비용 절감 등의 성과를 창출하고 인력 구조도 단순 반복 작업에서 가치 판단과 책임을 중시하는 역할로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격 중심 경쟁에서 데이터 역량과 자동화 수준을 중시하는 발주 체계로의 규제 현대화가 혁신의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영준 건산연 연구센터장도 AI 기술 발전 흐름에 편승할 수 있는 정부의 육성·지원 전략과 건설기업의 대응 방향이 중요하다고 봤다. 전 센터장은 "산업 AX(AI 전환)에 대한 데이터의 중요성에 동의하지만 구축 주체(정부)와 사용 주체(건설기업)가 달라 한계가 있다"며 "건설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고 초기 투자 부담이 큰 기술 혁신을 위해 기술 학습 비용을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건설업체의 9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AI·로봇 전환에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며 "상생협력형 모델 구축과 성장 사다리 생태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