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와 고가 주택자 등을 겨냥한 전방위 증세 방안을 내놓으면서 임대차 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사진은 정부가 32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2026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와 고가 주택자 등을 겨냥한 세제개편안안을 내놓으면서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과 중저가 주택 매매 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에 살던 서울 집주인들이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실거주로 전환할 경우 서울 전·월세 매물이 줄면서 전·월세가격이 올라 세입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월세난 때문에 무주택 실수요자와 생애 최초 구입자들이 주택 매수에 나서면 중저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여당이 서민·실수요자 보호를 이번 세제개편의 핵심 목표로 내세운 만큼 시장에서는 주거 불안에 대비한 보완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오는 6일 서울지역 의원 간담회와 다음 주 '주택시장 안정화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잇달아 열어 세제·공급·금융 정책 전반을 점검하고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기존에는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주택자라면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12억원을 적용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비거주자는 9억원, 실거주자는 14억원으로 공제 규모를 차등화한다. 그래픽은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4일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기존에는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주택자라면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12억원을 적용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비거주자는 9억원, 실거주자는 14억원으로 공제액이 차등화된다.

절세를 목적으로 서울 집을 임대하고 서울 밖에 살던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선택할 경우 서울내 전·월세 매물이 줄고, 임차 수요가 다시 시장에 유입돼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부동산세금팀장은 [시대]와의 통화에서 "초고가 주택은 실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세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일부는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 중상급지에서는 매도보다 실거주를 선택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임대차 계약은 만기 시점이 제각각인 만큼 영향은 즉각 나타나기보다 계약 갱신 시기에 맞춰 점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물량 감소가 중저가 주택 시장으로의 풍선효과를 불러올 가능성도 제기한다. 전·월세를 구하지 못한 무주택 실수요자와 생애 최초 구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크지 않은 중저가 주택 매수에 나설 경우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도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 팀장은 "전·월세 가격 상승은 강남·서초에만 국한되지 않고 중저가 주택이 있는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으로도 연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당정이 그동안 서민·실수요자 보호를 부동산 정책의 핵심 기조로 내세워온 만큼 이번 세제 개편으로 예상되는 전·월세 시장 불안에 대한 보완책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거주 유도만으로는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공공임대 공급 확대와 전·월세 시장 안정 대책, 무주택 실수요자 지원 방안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시대]에 "최근 부동산 민심이 악화된 것은 세금 문제만이 아니라 전·월세 시장 불안과 거래절벽이 동시에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세입자는 전·월세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주택 보유자는 거래가 막히면서 시장 전체가 경직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도 공급 대책을 예고한 만큼 세제 개편과 함께 주택 공급 확대, 임대차 시장 안정 등 종합적인 보완 대책이 뒤따라야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이 수도권 민심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2028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임대차 시장 불안을 최소화할 후속 대책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서울지역 의원들은 오는 6일 부동산 정책 대응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과 공급·금융 정책 전반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은 다음 주에는 국회 국토위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참여하는 주택시장 안정화 TF 회의도 개최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거주 중심이라는 큰 방향과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을 강화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번 정부의 세제 개편 역시 조세 정의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임차인 대책은 다소 부족했던 측면이 있어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