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한미약품 창립 이후 첫 외부 CEO(최고경영자)로 황상연 대표가 선임됐다. 황 대표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정립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국내 최초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상업화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김재교 부회장과 개인적 인연"…전문경영인 시너지 기대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미약품 수장 자리에 오른 황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전문경영인 김재교 부회장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황 대표가 증권업계에서 일할 때 김 부회장을 멘토로 여기며 다양한 업무를 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황 대표 선임으로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전문경영인 시너지가 강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배경이다.황 대표는 "김 부회장은 제약업계 IR(기업설명회) 쪽에서 오랫동안 일하셨던 분"이라며 "제가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동안 김 부회장과 업무적으로 교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부회장이 (사업과 관련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독립 경영을 유지하되 일반적인 지주사와 자회사 관계에 입각해 사업을 이끌겠다"고 부연했다.
황 대표는 김 부회장과 함께 한미그룹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에 나설 전망이다. 황 대표의 전임자인 박재현 전 한미약품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갈등 끝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한미그룹 전문경영인 체제가 불안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갈등 당시 박 전 대표는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의 원료 변경 등을 요구한 신 회장을 겨냥해 "부당한 경영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나 다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황 대표가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신 회장과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 및 임주현 부회장, 사모펀드 라데팡스 등으로 구성된 대주주 4자 연합의 갈등이 봉합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 라데팡스는 신 회장이 협의 없이 한미약품 지분을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는 이유로 위약벌 청구 소송을 냈다. 신 회장과 박 전 대표가 갈등을 빚던 당시 송 회장은 "한미그룹은 특정 개인 한 사람이 전권을 쥐고 운영할 수 없다"며 신 회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황 대표는 "특정 주주에게 편향하지 않고 모든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임성기 한미그룹 선대 회장께서 강조했던 인간 존중과 가치 창조의 경영 원칙을 항상 염두에 두겠다"고 했다.
비만약 후발주자 약점 극복…마케팅·가격경쟁력 관건
황 대표가 이뤄야 할 사업 성과는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상업화다. 황 대표는 증권업계 출신인 만큼 신약개발 등 R&D(연구·개발)에 대한 전문성이 비교적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그가 빠르게 성과를 내기 위해선 생산과 유통, 마케팅 등 상업화 전략에 우선 집중하는 게 효과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가 선점했다. 후발주자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의약품 데이터 플랫폼 BRP인사이트에 따르면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지난달 국내 시장점유율은 93.9%에 달했다. 마운자로가 79.2%, 위고비가 14.7%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이르면 연내 상업화가 예상된다.
황 대표는 마케팅 전략으로 한국인 맞춤 비만약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 중심 임상을 통해 한국인의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비만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비만 성인 44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3상 40주차 중간 톱라인에서 최대 30%에 이르는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냈다.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임상에서 아시아인을 일부 포함하긴 하지만 한국인 비중은 희박한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 생산도 장점으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물류비 등을 고려했을 때 해외에서 수입되는 비만 치료제보다 가격경쟁력이 뛰어나고 물량 수급이 안정적일 전망이다. 현재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한국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후 20만~40만원대로 구매 가능하다.
황 대표는 "한미약품의 고객인 의료 전문가와 환자들을 위해 가장 좋은 약을 가장 좋은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