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이달 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과 가계의 신규 대출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올 들어 나란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기에 이자 부담이 빠르게 불어날 수 있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늘어난 데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까지 다시 오르면서 차주들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예금은행 기업대출 신규취급액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61.2%로 집계됐다. 지난 1월 54.6%에서 2월 56.7%, 3월 61.2%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1월과 비교하면 두 달 새 6.6%포인트 높아진 셈이다.


가계대출에서도 변동금리 비중은 크게 확대됐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신규취급액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1월 53.0%에서 2월 56.9%, 3월 64.5%로 올랐다. 같은 기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47.0%에서 35.5%로 낮아졌다.

주담대는 증가 폭이 더 컸다. 주담대 신규취급액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1월 24.4%, 2월 28.9%에서 3월 39.2%로 상승했다. 두 달 새 14.8%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반면 주담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1월 75.6%에서 3월 60.8%로 떨어졌다. 주담대는 대출 규모가 크고 만기가 긴 만큼 금리 변동에 따른 월 상환액 부담이 체감되기 쉽다.

잔액 기준으로 봐도 기업과 가계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상승 흐름을 보였다. 예금은행 기업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1월 62.4%에서 2월 62.8%, 3월 63.7%로 올랐다. 두 달 새 1.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가계대출 잔액 기준 변동금리 비중도 1월 53.4%에서 2월 53.6%, 3월 54.0%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 기준 변동금리 비중은 1월과 2월 각각 34.6%에서 3월 35.0%로 상승했다. 신규 대출에서 변동금리 쏠림이 커지는 동시에 기존 대출 잔액에서도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지면서 금리 상승 시 차주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변동금리 대출은 기준금리나 시장금리 상승분이 대출금리에 비교적 빠르게 반영되는 구조다. 최근 일부 차주들은 고정형 대출보다 초기 금리 부담이 낮은 변동금리 상품을 선택해 당장의 이자 비용을 줄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다시 뛰고 있다는 점도 차주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년 고정형 기준 연 4.38~6.98%로 집계됐다. 지난달 중순 연 4.16~6.76%와 비교하면 금리 상·하단이 모두 오르면서 다시 7%대에 근접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 금리도 오름세다. 지난 8일 기준 금융채 AAA 5년물 금리는 4.019%를 기록했다. 두 달 전 3.762%, 한 달 전 3.769%와 비교하면 각각 0.257%포인트, 0.250%포인트 오른 수치다.

금리 0.25%p만 올라도 가계 이자부담 커진다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하거나 시장금리가 추가로 오를 경우 변동금리 차주의 이자 부담은 빠르게 커질 수밖에 없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은 최근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향후 금리 변동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은은 앞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경우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연간 약 3조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를 반대로 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도 그만큼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자영업자 등 금리 상승 충격에 취약한 차주군의 부담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는 사업 운영자금과 생계자금이 맞물린 경우가 많아 이자 부담이 늘면 사업 지속 가능성과 가계 소비 여력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한은이 박성훈(국민의힘·부산 북구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92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0.8%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연간 1조8000억원, 1인당 약 55만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금리가 0.50%포인트 오르면 3조5000억원, 0.75%포인트 오르면 5조3000억원씩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됐다.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도 시장금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이달 28일 금통위에서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상방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3일 현지 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금리 인하를 멈추고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며 "인하보다는 인상 사이클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 견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신규취급액과 잔액 기준에서 모두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면 차주들의 상환 부담은 더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며 "고정형 금리까지 오르고 있어 신규 차주와 기존 차주 모두 금리 변동 리스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