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상장보험사들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을 선정·공표하기로 하면서 대표적인 저평가 업권인 보험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질적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전날 기준 KRX 보험지수 평균 PBR은 0.78배로 KRX300 금융지수(0.88배)를 밑돌았다. 삼성화재(1.09배)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상장보험사 7곳(삼성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DB손해보험,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의 PBR은 모두 1배 미만으로 나타났다.
PBR은 기업의 주가를 주당순자산(BPS)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대비 시장에서 어느 정도로 평가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통상 PBR이 1배 미만이면 기업의 순자산보다 시가총액이 낮게 형성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PBR이 0.50배라면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100원어치를 시장에선 50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보험업계는 대표적인 저PBR 업종으로 꼽힌다. 장기운용을 하는 보험사는 대규모 자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규제 산업 특성상 건전성 관리 부담 등을 이유로 장기간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업계 전반적으로 '밸류트랩(가치 함정)'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7월부터 저PBR 기업 공개…"실질적 변화 있어야"
저평가된 보험업계가 최근 긴장하고 있는 배경에는 제도 변화가 있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저PBR 기업 명단을 별도로 공개하기로 했다. 해당 명단은 업종별 PBR 하위 20% 또는 PBR 1배 미만인 기업들로 구성된다. 다만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일정 기간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시장에선 보험사들이 저PBR 기업 명단에서 빠지기 위해 '맹탕 공시'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킥스·K-ICS) 도입 이후 보험사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무리한 배당 확대 및 자사주 정책을 펼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상장사 중 최근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곳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보 3곳이다. 다만 일부 공시의 경우 형식적인 방향성 제시에 무게가 실리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밸류업에 대한 의지보단 저PBR 낙인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논평을 통해 "상장사 이사들이 경영진과 함께 충실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지 감독·격려하는 것이 밸류업"이라며 "장기 성장성과 좋은 거버넌스가 결합돼야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직 밸류업 공시를 실시하지 않은 보험사들 역시 추후 원론적인 내용만을 발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선 단순 공시에만 그치지 않고 수익성 개선, 자본 효율성 제고, 주주환원 확대 등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보험주 저평가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권은 규제 산업 특성상 PBR이 비교적 낮게 형성되는 측면이 있지만 밸류업 제고를 위한 노력이 동반되면 재평가 여지도 충분하다"며"보여주기식 공시가 아닌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실행 계획을 내놓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