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산 넥슨뮤지엄 관장은 게임의 의미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양진원 기자

넥슨 '바람의나라'는 1996년 4월 출시돼 한국 온라인 게임의 문을 열었다. 이때부터 게임업계 맏형이 된 넥슨은 2013년 넥슨컴퓨터박물관을 개관하고 10년 넘게 게임의 역사를 전하는 알림이로 애써왔다. 30년 동안 유저들과 동고동락한 넥슨은 이들의 이야기를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넥슨뮤지엄에 담아냈다.

제주 넥슨컴퓨터박물관은 넥슨뮤지엄으로 간판을 고치고 단순한 게임 전시 공간을 넘어 '게임 문화 플랫폼'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과거 컴퓨터와 IT 역사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면 이제는 '바람의나라', '메이플스토리' 등 30년에 걸친 넥슨 게임의 경험과 추억을 이용자 관점에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두산 넥슨뮤지엄 관장은 "이전 박물관이 게임과 컴퓨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목표로 했다면 지금은 넥슨 게임을 즐겼던 세대와 아이를 연결하는 공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넥슨뮤지엄의 가장 큰 특징은 '넥슨 계정 연동'이다. 관람객은 자신의 게임 기록을 기반으로 전시를 체험할 수 있다. 박 관장은 "기존 게임 전시는 게이머 입장에서 보면 피상적인 경우가 많았다"며 "게이머들이 실제로 피부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넥슨 게임을 사랑했던 20~30대 이용자층이 자신들의 자녀와 넥슨뮤지엄을 찾고 있다"며 "내 플레이 기록이 살아 있는 공간에서 환대받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넥슨뮤지엄은 단순히 게임을 '설명' 대신 이용자 경험 자체를 중심에 두고 있다. 박 관장은 "기존 박물관은 이야기를 주입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부모가 도슨트가 되고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공간"이라며 "화자가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의 장수 IP를 바라보는 관점도 기존 게임 전시와 다르다. 김정아 팀장은 "세상에 출시된 게임뿐 아니라 개발됐지만 나오지 못한 게임, 서비스 종료 후 이용자들이 다시 보고 싶어 하는 게임까지 아카이빙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자의 시선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지속해서 새로운 IP를 추가하며 플랫폼 형태로 진화할 계획이다. 박 관장은 "넥슨이 IP를 전면적으로 활용한 첫 사례"라며 "향후 게임업계에서도 다양한 제안이 들어오며 긍정적인 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별전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다양한 IP 전시도 고민 중"이라며 "전폭적인 개편이 아니더라도 기존 전시에 새로운 IP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계속 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넥슨뮤지엄, 넥슨 IP로 지속적인 확장…'게임은 문화' 알린다

박두산 넥슨뮤지엄 관장(오른쪽)과 김정아 팀장은 넥슨뮤지엄이 제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양진원 기자

현재 넥슨뮤지엄은 층별로 다른 체험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2층에는 넥슨컴퓨터박물관 시절 게임의 역사를 조명한 공간을 옮겨놨고 1층과 3층에는 게임의 재미와 넥슨의 추억을 알아가도록 구성했다.

넥슨뮤지엄이 가진 또 다른 자산은 방대한 하드웨어 아카이브다. 현재 보유 중인 자료만 4000점이 넘는다. 컴퓨터와 모니터, 기판, 콘솔 기기 등이 포함돼 있다. 넥슨뮤지엄으로 개편하면서 공간이 부족해 일부 전시물들은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박 관장은 "공간 한계로 다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며 "언젠가는 공개할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넥슨뮤지엄이 제주에 자리 잡은 배경에는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철학도 담겨 있다. 박 관장은 "김정주 창업주가 어린 시절 교보문고에서 처음 컴퓨터를 접하고 큰 영감을 받았다"며 "다른 학생들에게도 이 같은 기회를 주고 싶어 박물관을 생각했고 전국 모든 학교가 제주로 수학여행을 오는 상황을 고려해 제주에 터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을 단순한 오락으로만 소비하는 시선도 바뀌길 바란다고 했다. 박 관장은 "게임은 기술과 디자인, 음악, 스토리텔링이 모두 얽혀 있는 문화"라며 "특히 함께 놀 때 더 재미있는 문화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넥슨뮤지엄은 향후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할 예정이다. 박 관장은 "넥슨이 가진 강점을 살리기 위해 개발자 진로 교육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하반기부터 수행여행 프로그램과 교육 프로그램을 다시 적극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타사 게임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려 있다. 박 관장은 "1층 전시에서는 타사 게임들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싶다"며 "이미 패키지 게임 분야에서는 협업 기반이 일부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로그인 기록 기반 체험이 중심인 3층은 구조상 타사 연동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관장은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 와도 '게임이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넥슨뮤지엄이 게임의 즐거움을 직접 체험하는 장소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