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넘어지고 신나는 자전거 인생(미 대사관 공보관의 자전거 출퇴근 30년 여정)/늘봄 출판

"내가 아는 한 그의 자전거 사랑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조국을 사랑하는 그의 열정뿐입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남긴 이 한 문장은 전상우씨의 삶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미국대사관 공보관으로 37년 넘게 근무한 전씨가 최근 자전거 인생을 담은 에세이 <달리고 넘어지고 신나는 자전거 인생>을 출간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23년간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서울-부산을 네 차례 종주하고 동해·서해·남해를 달린 기록, 제주도 일주 경험까지 담아낸 한 '자전거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 동시에 자전거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 한국과 세계를 연결한 공공외교의 현장을 기록한 작품이기도 하다.

전씨는 재직 시절 '자전거 외교'(Bike Diplomacy)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주목받았다. 2010년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당시 주한미국대사였던 스티븐스 대사와 대학생 50여명이 낙동강 전선을 따라 여수에서 대구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행사를 기획·성사시켰다. 이후 DMZ 평화의 길 자전거 순례,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국토 종주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당시 외교관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역사 현장을 체험하는 방식은 매우 이례적인 시도였다. 전씨는 자전거가 단순한 레저를 넘어 사람과 문화를 잇는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줬다.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한 그는 중학교 1학년 시절 하루 70㎞를 달린 것을 시작으로 자전거 인생을 이어왔다. 대학 시절에는 친구와 함께 서울-춘천 100㎞를 완주했고 미국대사관 근무 기간에도 자전거 출퇴근을 지속했다. 현재도 연간 1만㎞ 이상을 달리고 있다.

책에는 길 위에서 만난 다양한 인연과 도전의 순간들, 실패의 경험, 건강 이야기, 자전거 안전 상식, 가족과 함께한 추억 등이 담겼다. 특히 세 살 손녀에게 밸런스 바이크를 선물하며 언젠가 한강을 함께 달릴 날을 꿈꾸는 장면은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손주에게도 자전거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도 곳곳에 녹아 있다.

프랑수아 봉땅 주한벨기에 명예대사는 추천사를 통해 "당신의 방향 감각과 모험심은 하늘을 나는 새들만이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저자는 자동차가 속도를 위한 발명품이라면 자전거는 세상을 천천히 만나기 위한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달리고 넘어지고 신나는 자전거 인생>은 한 외교관이 두 바퀴 위에서 발견한 한국과 사람, 그리고 삶의 의미를 되짚게 하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