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 수주시장에서 모처럼 경쟁입찰이 성사된 압구정5구역과 신반포19·25차 사업의 시공사에 업계 1·2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나란히 승리했다. 경쟁사인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에 유리한 공사비와 금융 조건을 제시하며 출혈 경쟁을 벌였지만 고가 재건축 시장의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운 빅2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5구역·신반포19·25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30일 각각 총회를 열고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압구정5구역에서는 현대건설이 DL이앤씨를 제치고 시공권을 확보했다. 전체 조합원 1232명 가운데 1016명(84.7%)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599명(58.9%)이 현대건설에 표를 던졌다. DL이앤씨는 398표(39.2%)를 얻는 데 그쳤다. 이로써 압구정5구역은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로 재탄생하게 됐다.
압구정5구역 재건축은 압구정동 한양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지하 5층~최고 68층, 8개 동, 1397가구의 단지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예정 공사비는 1조4960억원이다. 압구정 재건축 사업 가운데 유일하게 경쟁입찰이 성사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DL이앤씨는 현대건설보다 1년가량 짧은 4년 9개월의 공사 기간과 조합에 유리한 금융 조건을 제안했지만 현대건설의 '브랜드 타운' 전략에 밀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압구정2구역에 이어 지난달 25일 압구정3구역의 시공권도 확보해 압구정 재건축 6개 구역의 절반을 수주했다. 3개 사업의 수주액을 합산하면 9조8000억원에 달한다.
출혈 경쟁에도 브랜드 못 넘은 DL·포스코 이앤씨
같은 날 열린 신반포19·25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삼성물산은 포스코이앤씨를 상대로 경쟁해 시공권을 따냈다. 전체 조합원 438명 가운데 399명(91.1%)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삼성물산은 239표(60.0%)를 획득했다. 포스코이앤씨는 158표(39.6%)를 얻었다.
신반포19·25차 재건축은 잠원동 신반포19·25차와 한신진일, 잠원CJ를 통합 재건축해 지하 4층~최고 49층, 7개 동, 613가구 단지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약 4434억원이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원베일리와 래미안 원펜타스 등 반포 일대 랜드마크 시공 경험을 강조하며 조합원들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신반포19·25차 조합에 제안한 단지명은 '래미안 일루체라'다.
포스코이앤씨는 사업비 조달 금리를 정비사업 역대 최저 수준인 'CD(양도예금증서)금리-1%'로 제시하고 조합원 전 가구에 2억원 지원금을 제시했지만 업계 1위 브랜드 파워의 아성을 넘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는 서울 고가 재건축 시장의 브랜드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압구정 재건축에서 2·3·5구역은 현대건설이, 4구역은 삼성물산이 수주했다. 용산구 한남뉴타운 재개발도 사업 규모가 가장 큰 3구역은 현대건설, 4구역은 삼성물산이 각각 시공권을 확보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일시 혜택에 그치는 금융 지원보다 브랜드 가치가 재건축 후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최근 조합원들은 미래 가치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반기에 이어지는 수주전에서 시공능력 상위 업체들의 독식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대형 건설업체들도 경쟁입찰을 회피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 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서울 주요 정비사업의 대형 수주전이 예정돼 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경쟁입찰에 따른 출혈을 피하기 위해 유망 사업지를 미리 선점하고 단독 입찰과 수의계약을 노리는 전략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10대 건설업체들 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