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

대통령 지지율 60%, 여당 지지율 48% 내외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의 예상 결과에 대해 새로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국정 운영의 전환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탄핵 이후 야권의 정치적 정당성과 지도부의 동력원이 취약한 상황에서 치러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영남 일부 지역의 반전 가능성을 제외하고는 역대 어느 지방선거보다 여권의 승리 가능성이 높은 선거로 보인다.

일부 지역의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당사자들 입장에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호기가 될 수 있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전체적인 선거 결과를 해석하는 데 주된 변수가 되기는 어려울 듯싶다. 여권은 선거 결과에 안도하거나 환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행정부·국회에 이어 지방정부의 집행 권력을 대부분 확보하게 되면 선의의 경쟁 파트너가 되어야 할 대안세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비록 국민의 자발적 선택의 결과라고 하더라도 민주주의 필수 요건의 하나인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마저 작동하기 어려운 국가권력구조가 구축될 수 있는 점에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여당은 선의(善意)에서 비롯된 상당수 국민의 우려를 과소평가하거나 지나쳐서는 안 된다. 야권의 권위와 영향력이 쇠락한 현실일 수록 국민총의(總意)라는 관점에서 한층 무거운 책무를 자임할 필요가 있다. 선거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국가 공동체의 가치 증진에 매진할 것을 다짐하는 준엄하고 성숙된 태도를 기대한다.

지방선거의 승리를 도모하기 위해 전국 광역·기초 자치단체 후보자들은 예외 없이 「지역 발전」을 명목으로 사업 공약을 쏟아낸 것이 현실이다. 정부·국회를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승리가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정치적 배려와 비효율이 깊이 내재된 지역 공약 사업들이 국가적 우선순위로 격상되는 일이다. 해당 지역에서는 환영받을 수 있는 사업이라도 국민경제적 관점이나 효율적 자원배분 차원에서 냉철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옥석을 가려 최소한도 보편적 이익에 귀결되는 사업을 선별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들은 여권의 지지기반이 공고해질수록 역설적으로 비판적 목소리까지 수용하고, 취약해진 야권의 입장을 보강·조율하는 성숙한 정치력을 기대할 것이다. 정치적 역할 구도가 여권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 특유의 결단을 기대해 본다. 여·야간 역학구도가 심각한 불균형을 맞고 있는 상태에서 보편적 국민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전격적인 「포용 국민 내각」을 구성하는 것도 그러한 결단의 실행 노력으로 간주할 수 있다.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일부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뿐만 아니라 총체적 국가경쟁력의 격상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대결구도에서 거리를 두고, 자신이 전력해왔던 영역에서 보편적 공공가치 실현에 헌신해왔던 「영역별 숨은 인재」들을 삼고초려 기용함으로써 전례 없는 국민 내각을 출범시키는 정치적 결단을 상상해 본다. 4강을 둘러싼 대외관계와 거시적 경제정책의 구축에 있어 그러한 필요성은 더욱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 경쟁력을 한 단계 격상시키고 여권의 국민적 지지기반이 한결 심화됨으로써 K-Politics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정치적 경쟁력이 글로벌 한국 기업의 존재가치에 버금가는 글로벌 수준으로 환호 받을 수 있다면 어찌 주저할 필요가 있겠는가? 선거에 패배할 때 연립·중립 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승리한 후에 「포용 국민 내각」을 출범시키는 전례 없는 결단은 결코 막연한 환상이 아니다.


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은 서울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미국 뉴욕대에서 재정관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대에서 공공경제, 정치경제학, 공기업론 등 재정관리 분야에서 30년간 강의·연구를 수행했다. 정보통신정책심의 위원장,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 단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