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가 제자리 걸음 입니다" 최근 만난 시멘트업계 관계자들은 약속이나 한듯 불만을 터트렸다. 정권이 바뀔때 마다 친환경 탄소 중립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 정책은 탄소 고배출 사업인 시멘트 기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업계에선 시멘트 제조사들이 친환경, 저탄소 제품을 생산할 기술과 기반을 갖추고도 제도적 장벽에 가로막혀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산업표준(KS)이 유럽보다 혼합재(산업 부산물) 종류와 사용비율(대체율) 등이 까다로워 저탄소 시멘트 생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KS 규정에 따르면 주력제품인 일반(포틀랜드) 시멘트의 혼합재 대체율은 10% 이내로 제한하고 섞을 수 있는 혼합재도 4종 뿐이다. 반면 친환경 문화가 일상화 된 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부터 혼합재 관련 규정을 완화했다. 대체율은 최대 36%까지 가능하다. 혼합재도 10가지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혼합재와 대체율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체율 상향과 함께 공공 발주 등을 통해 혼합재 비중이 높은 시멘트 시장 파이(규모) 자체를 키우는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멘트 제조사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혼합재 종류와 대체율을 최대 20%까지 확대하고 그에 맞는 시장 활성화 후속 방안 도입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시멘트사들은 기존 기술과 생산 기반을 활용하면 당장 혼합재 함량을 높인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관련 규제와 시장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생산과 공급 확대에 나서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시멘트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가 전체 배출량의 약 6%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조공정의 핵심원료(클링커)를 태우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재활용 혼합재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핵심원료를 적게 사용하고 태우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도 줄일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강도 높은 저탄소 중립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35년까지 53%에서 61% 수준으로 감축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하지만 정작 건설현장에선 다양한 친환경 원자재들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 탄소중립은 기업의 기술 개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준비된 기술이 실제 건설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시장을 만들어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