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성수동에서 회동하는 등 적극적인 대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네이버 이해진 의장이 최근 대외 행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IT업계에 따르면 오는 5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같은 날 서울 성수동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황 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만났을 당시 인근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던 점을 감안하면 대중의 이목이 쏠리는 번화가에 이 의장이 직접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의장은 2017년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2018년 등기이사직까지 사임한 이후 복귀 전까지 글로벌 사업에만 전념하며 대외 노출을 자제해 왔다.

이 의장의 경영 전략 변화 배경으로 글로벌 AI 기술 패권 전쟁에 따른 경쟁력 위기를 꼽힌다. 독자적인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엔비디아 등 글로벌 핵심 파트너와의 AI 인프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하에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다.

황 CEO는 삼겹살 회동에 이어 오는 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제2 사옥 '1784'를 방문한다. 두 수장은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 및 피지컬 AI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회동할 당시 몰린 구름 인파. /사진=뉴스1

네이버의 체급은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뒤처진다. 4일 시가총액 통계 사이트 컴퍼니즈마켓캡닷컴에 따르면 현재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5조201억달러(한화 약 7678조원)로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며 애플은 4조556억달러(6201조원), 알파벳은 4조309억달러(6164조원), 마이크로소프트가 3조174억달러(4615조원)로 그 뒤를 잇는다. 삼성전자는 11위로 1조539억달러(1612조원) 수준이다.


이 의장 역시 지난해 11월 간담회에서 "글로벌 빅테크에 비하면 네이버는 시가총액, R&D(연구개발) 투자 등 100분의 1 수준의 작은 회사"라며 "AI 시대에 대한민국이 강국이 되려면 더 많은 기업이 힘을 합쳐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가 네이버를 핵심 파트너로 낙점한 것은 풀스택 기술력과 전용 클라우드 역량 등 AI 기술 생태계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황 CEO는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엔비디아 GTC 타이베이 2026'에서 주요 AI 네이티브 클라우드 파트너로 네이버클라우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엔비디아의 개방형 LLM 네모트론 3 울트라 기술을 활용해 하이퍼클로바X 고도화를 진행하고 초거대 언어 모델 최적화 및 원천 기술을 공동 연구할 계획이다.

이 의장의 광폭 행보와 맞물려 네이버는 국내 사용자 맞춤형 독자 생존 전략을 구체화한다. 이달 중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 'AI 탭'을 정식 출시하며 검색 엔진 체질 개선에 나선다. AI 탭은 챗GPT·제미나이 등 외산 플랫폼의 챗봇 형태와 달리 기존 검색엔진에 AI를 접목한 확장형 형태로 네이버가 독자적으로 축적해 온 블로그, 지식인(iN), 카페 등 서비스 생태계 데이터와 연동해 최신 정보 반영에 유리한 국내 사용자 맞춤형 전략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의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영역에서 꾸준히 글로벌 경영 활동을 지속해 왔다"며 "이사회 의장으로서 필요한 활동들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