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 /그래픽=챗GPT

이원주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가 디케이테크인(DKT)에 이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수장에서도 물러나기로 했지만 그를 둘러싼 경영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DKT가 관련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자체 감사를 진행할지 주목된다. 자진 사임만으로 사안을 마무리할 경우 '꼬리 자르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2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재한 사업부문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재한 내정자는 오는 8월6일 주주총회 등을 거쳐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이원주 대표는 지난해 3월 취임한 지 약 1년4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앞서 DKT 내부 경영 이슈를 이유로 DKT 대표직에서 자진 사임하면서 양사 겸직 체제도 막을 내렸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내부 공지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성장과 도약을 이뤄야 할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회사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적임자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대표이사 내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원주 대표는 일신상의 사유로 물러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사임 배경이 된 의혹이나 향후 감사 계획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카카오 노동조합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제기한 문제는 협력사 계약과 업체 선정부터 해외 출장, 인사평가까지 광범위하다. 노조는 특정 보안 솔루션 및 클라우드 관리서비스(MSP) 업체를 파트너로 지정하고 계약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향응이나 특혜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직원 지급용 의류 제작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원주 대표와 친분이 있는 업체가 지정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근태관리 솔루션 도입을 추진하면서 사적 관계가 있는 특정 업체를 불필요하게 사업에 참여시키려 했다는 정황 역시 감사 요구 대상에 포함됐다. 해외 출장 과정에서 특정 파트너사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노조는 출장 내역 및 비용 증빙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사평가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노조는 2025년 크루 정기평가 당시 1·2차 조직장이 확정한 일부 직원의 평가등급이 최종 단계에서 이원주 대표의 지시에 따라 하향 조정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원주 대표가 최근 사임한 DKT에서도 여러 경영 문제가 제기된 상태다. 수익성과 수행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부실하게 수주했다는 지적과 함께 특정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업무상 배임 의혹이다. DKT가 관련 조사에 나섰지만 이원주 대표가 이미 물러난 만큼 조사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조속히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원주 대표가 양사를 동시에 경영했던 만큼 조사를 DKT 내부 사안에 한정해서는 전체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양사 간 사업 연계와 협력사 거래, 주요 지시가 전달된 경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자료를 보전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계약 검토 문서와 업체 선정 평가표, 업무용 메신저 및 이메일, 출장비 증빙, 인사평가 변경 기록 등을 확보하지 못하면 퇴임 이후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다.

이원주 대표의 퇴진이 해임이 아닌 자진 사임 형식으로 이뤄진 부분도 비난이 뒤따른다. 의혹에 대한 실질적인 감사 없이 수장 교체만으로 사안을 유야무야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인사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카카오 계열사의 준법·신뢰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도 현재로서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준신위는 협약 계열사의 준법의무 위반 사안을 조사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지만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DKT는 현재 준신위의 협약사는 아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자체 감사에 착수해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지가 관건이다. 회사가 대표 교체로 사안을 마무리할 경우 책임 규명 없이 수장만 바꾼 면피용 결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아무런 책임 없이 사퇴만 하는 행태가 문제"라며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