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올해부터 인수인계 절차가 이뤄질 전망이다. 창업주 유일한 박사 정신을 계승해 다음 유한양행 100년을 이끌 차기 대표 후보가 주목된다.
조욱제 대표 임기 만료 코앞…후임자 9월까지 윤곽 전망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유한양행 CEO(최고경영자)인 조욱제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2021년 3월 취임한 후 한 번의 연임을 거친 조 대표는 재임 기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획득 성과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R&D(연구·개발) 투자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유한양행은 유일한 박사의 기업이념을 받들어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방식의 경영권 승계 정책을 확립했다. 전문경영인 대표 임기를 최장 6년으로 규정하고 차기 대표 육성 과정을 별도로 마련한 게 핵심이다. 임기 제한의 경우 전문경영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유일한 박사의 신념을 바탕으로 기업주 독단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차기 대표 육성 과정은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준비됐다.
유한양행 경영권 승계 정책을 고려하면 조 대표 후임자 윤곽은 오는 9월까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살펴보면 회사는 대표 선임 주주총회 6개월 전 최종 후보자를 확정한다. 신규 대표 선임을 위한 주총은 내년 3월 열릴 예정이다. 차기 대표로 확정된 후보자는 총괄부사장 등으로 임명돼 정기 주총에서 선임될 때까지 경영권 승계를 준비한다.
유한양행 차기 대표로 거론되는 인물은 R&D 총괄을 맡은 김열홍 사장, 경영관리본부장인 이병만 부사장, 약품사업본부장인 유재천 부사장 등이다. 사내에서 부사장급 이상 인물은 조 대표와 앞서 대표이사직을 수행한 이정희 이사회 의장을 제외하곤 이들뿐이다. 유한양행은 최고경영자 선임 2~4년 전부터 이사회 결의를 통해 후보자를 부사장으로 선임하고 경영 능력을 육성한다.
R&D 이끈 김열홍…순수혈통 이병만·유재천
김열홍 사장은 과거 고려대학교 암 연구소장을 맡은 암 분야 권위자로 꼽힌다. 2023년 유한양행에 합류한 뒤 R&D를 총괄하며 주요 파이프라인(개발물질) 개발을 맡았다. 유한양행이 렉라자 후속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경쟁력이 뛰어난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1969년 이후 유한양행 CEO들이 모두 내부 평사원 출신이었던 일종의 사내 전통은 걸림돌로 언급된다.
이병만 부사장과 유재천 부사장은 모두 유한양행 평사원 출신이다. 내부 승진을 통해 CEO 자리에 올랐던 기존 회사 전통에 부합한다. 이병만 부사장은 1986년 유한양행에 입사한 후 영업·홍보·약품사업 등을 경험했다. 유재천 부사장의 경우 1994년 유한양행 입사 이후 영업·종합병원사업 등에서 활약했다. 두 부사장 모두 평소 현장과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유한양행의 내부 방침과 일치한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차기 유한양행 대표 후보는 이르면 100주년 행사가 있는 이달이나 늦어도 9월 중에는 공개될 것"이라며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R&D에 방점을 찍을지, 사내 구성원이면 누구나 CEO가 될 수 있다는 기존 전통을 따를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