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코스피가 서킷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를 잇따라 발동시키며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사진은 이날 오전 시황이 표시되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사진=뉴스1

8일 코스피가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미국 반도체주 급락에 더해 초대형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스페이스X로 인해 자금을 마련하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도 압력이 거세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반도체 및 고용 지표 악재에 더해 스페이스X의 상장 추진이 코스피에 하방 압력을 크게 가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향후 스페이스X의 IPO 상황을 살펴보며 미국 물가와 연준 기준금리 등 거시경제 지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29% 급락한 7484.41에 마감했다. 장 초반 8% 넘게 하락하며 개장 직후 서킷브레이커(일시 거래 중지)가 발동됐고 이어 프로그램 거래를 방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두 가지 조치가 함께 발동된 것은 올 들어 세 번째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4.15%, 대만 가권지수도 3.48% 내려 동반 약세를 보였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S&P500이 2.64%, 나스닥은 4.18% 급락하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고 고용 지표도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모여진 결과다. 여기에 스페이스X 청약이 글로벌 자금을 대거 흡수한 점도 영향을 줬다.

브로드컴 급락이 포문을 열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4일 브로드컴은 2분기 매출이 48% 급증한 221억9000만달러(약 34조 3767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함께 내놓은 3분기 실적 전망치가 높아진 시장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해 브로드컴은 이틀간 19.51% 급락했다. 이에 지난 5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0.26% 하락하며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썼다.


여기에 고용 지표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5일 미국 노동부는 5월 비농업 고용지표를 발표했는데 시장 예상을 웃돈 수치가 나왔다. 시장은 8만명 증가를 예상했지만 실제 신규 고용은 17만2000명 늘었다. 일반적으로 고용 호조는 좋은 소식이지만 이번에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경계심으로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

김병연 NH증권 투자전략 이사는 "브로드컴의 경우 3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160억달러(약 24조7824억 원)를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 기대인 172억달러(약 26조6376억원)를 밑돌았다"며 "여기에 고용 호조가 금리 인상 우려를 자극하자 연내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 확률이 70%까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물가와 금리, 환율이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이는 조정의 트리거로 작용했다"고 부연했다.

스페이스X로 자금 몰리며 코스피 급락…"당분간 관망하며 물가·금리 동향 살펴야"

스페이스X IPO가 임박하며 글로벌 증시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현지시각) 뉴욕 모간스탠리 빌딩에 걸린 스페이스X IPO 홍보 광고. /로이터=뉴스1

스페이스X의 IPO도 코스피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5월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서를 제출하며 750억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공모 자금을 모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장 시 기업 가치는 약 1조7700억달러(약 2740조원) 수준이 된다. 이는 미국 IPO 역사상 최대 규모다.

스페이스X의 공모금은 294억달러(약 45조5317억원)를 모았던 아람코나 250억달러(약 38조7175억원)를 모은 알리바바를 크게 뛰어넘는다. 특히 이번 상장에서 눈에 띄는 점은 IPO 물량의 최대 30%를 개인 투자자를 위해 배정했다는 점이다. 보통 일반 투자자 배정은 한 자릿수 비율에 그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규모다.

지난 5일 로이터는 스페이스X에 몰린 투자 주문 수요가 공모금의 2배인 1500억달러(약 232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아직 투자 의향 단계일 뿐 공모가는 오는 11일 확정된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IPO 막판에 주문을 제출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로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의 상장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장 전 청약 자금 마련을 위한 차익 실현과 상장 후 매수 자금 마련을 위해 급등했던 코스피가 매도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외국인은 지난 5월4일부터 6월5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51조2460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순매도 액수는 62조7187억원에 달한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스페이스X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메가 IPO인 만큼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수급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청약 및 상장 후 진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자산 포지션을 비우면서 최근 상승이 가팔랐던 한국의 AI 반도체 주도주가 전술적 차익 실현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선임연구원 역시 "수급 측면에서 스페이스X 상장은 간과할 수 없는 변수"라며 "2조달러 내외의 초대형주가 증시에 입성한다는 상징성에 더해 단기 수급 부담으로 타 주식을 팔고 스페이스X를 사려는 수요가 일시에 몰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 상장의 향후 흐름을 관찰하면서 미국의 물가 및 금리 지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시각으로 오는 10일 발표될 미국 5월 CPI(소비자물가지수)와 18일 있을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첫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 결정 방향을 변수로 제시했다.

김병연 이사는 "6월에는 확인해야 할 이벤트와 이슈가 집중돼 단기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며 "스페이스X의 상장에 따른 수급 교란성과 함께 5월 CPI 상승 여부와 케빈 워시의 첫 FOMC 정책 기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 상장이 악재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었다. 김종민 수석연구위원은 "스페이스X는 xAI를 통해 우주 산업에 AI 밸류에이션을 부여하고 있고 우주 데이터센터 건설까지 추진하고 있어 초고성능 메모리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이끌 것"이라며 "단기적 수급 이탈은 잠시 스쳐 가는 소음일 가능성이 크기에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말고 주도주 중심 포지션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