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질문)하라고 하세요. 한참 더 해야 하니까."
이재명 대통령의 한 마디에 팽팽했던 기자회견장 곳곳에서 일순간 가벼운 웃음이 터졌다. 이 대통령은 8일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6월4일 취임해 이날로 370일째를 맞은 이 대통령의 회견은 당초 예정된 종료 시간(11시40분)을 훌쩍 넘긴 낮 12시47분에야 끝이 났다. 약 2시간50분 동안 21명의 언론인이 마이크를 잡고 질문을 쏟아냈지만 이 대통령은 피하는 기색 없이 특유의 입담과 진솔한 태도로 하나 하나 답변했다.
이번 회견에서도 '탈권위'를 내세운 이 대통령의 기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회견장에 들어서자 "먼저 인사드리겠다"며 허리를 깊이 숙였다. 회견이 사전 조율 없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질문 기회를 얻으려는 취재진의 손이 회견장 곳곳에서 올라왔다. 단상을 없애고 1.5미터 거리에서 기자들과 눈높이를 맞춘 이 대통령은 시간 경과를 우려하는 참모진에게 "(답변을) 짧게 하겠다"며 추가 질문을 받는 등 언론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공을 들였다.
청와대가 정한 이번 기자회견의 표어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이다. 이 대통령은 임기 2년 차를 맞이해 ▲초격차 산업강국 ▲글로벌 외교·안보 강국 ▲규범이 지켜지는 정상사회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정부라는 4대 국정 목표를 제시하며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 청사진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의 삶 앞에서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라의 미래 앞에서 단 한 순간도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임기 마지막 날이라는 심정으로 죽을힘을 다해 뛰겠다"고 했다.
회견장은 때론 긴장감이 감돌았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질문들이 나오면서다. 이날 회견에서 기자들은 수도권 부동산 민심과 향후 부동산 정책 방향,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및 초과이윤 활용 방안, 이 대통령이 얽혀있는 조작기소 특검 및 공소취소 관련 입장,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 등에 대한 질문을 잇따라 던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곤란한 질문에도 답변을 피하지 않았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긴 했지만 서울시장 탈환 등에 실패해 완전한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긴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피할 수 없는 질문이라 고민을 참 많이 했다"며 운을 뗐다. 이어 "하여튼 2~3일은 저도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며 "결론적으로는 나의 부족함"이라고 몸을 낮췄다. 이어 "결국 국민들의 경고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은) 다 보고 있고, 다 듣고 어느 순간 행동한다. 그래서 국민이 역시 무서운 존재구나 그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솔직한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여권에서 주도하는 '조작기소 특검 및 공소취소' 문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객관적인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법과 상식대로 하면 된다"며 "수없이 고소·고발이 됐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안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것이 있으면 시정하고 잘못한 것이 없으면 놔두면 된다"며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들이 꽤 많다. 최소한 진상 규명은 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이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국민'으로 총 28회 나왔다. 국정 운영의 유일한 기준은 국민이며 주권자인 국민을 존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넥타이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깔끔한 검정색 정장에 흰색 바탕, 하늘색 얇은 사선 줄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매고 회견장에 들어섰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넥타이는 이른바 '초심 넥타이'로 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국민임명식' 당시 착용했던 것과 같은 것이다. 청와대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은 넥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