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사진=뉴스1

지난달 가계대출 급증을 초래한 주범은 신용대출이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전월보다 줄었지만, 마이너스통장과 일반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이 급반등하면서 은행권의 대출 관리 타깃도 신용대출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선제적인 자율관리를 주문한 가운데 시중은행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신용대출 한도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 문턱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Shift:가계대출 관리 전선, 주담대서 신용대출로 이동]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신용대출은 최대 1억원, 마이너스 통장은 5000만원까지로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토스뱅크가 한도를 축소한 배경에는 지난달 기타대출의 급증이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월 증가폭인 3조5000억원보다 5조8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주담대 증가폭은 5조5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줄었지만,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은 5조3000억원 늘었다. 전월엔 2조원 감소였다가 한 달 만에 증가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특히 신용대출은 전월 9000억원 감소에서 지난달 3조4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표=금융위

신용대출 증가에는 증시 강세에 따른 투자자금 수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이른바 '빚투' 수요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으로 일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가정의 달 생활자금 수요까지 겹치면서 기타대출 증가폭이 예상보다 크게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담대는 부동산 시장 흐름과 정책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신용대출은 투자자금, 생활자금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단기간에 크게 움직일 수 있다. 담보가 있는 주담대보다 차주의 상환능력과 경기 흐름에 더 민감하다는 점에서 은행 입장에서도 리스크 관리 부담이 크다.

[Control:은행권, 한도·채널 조절로 신용대출 속도 관리]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한 상태다. 이에 은행권은 고액 연봉자의 신규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신용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기존 대출 상환을 유도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과거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빠르게 확대될 때마다 신용대출 한도를 조정해 총량을 관리해왔다. 코로나19 시기와 가계부채가 급증했던 국면에서는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이 활용됐다. 최근에도 신용대출 증가세가 커지자 은행별로 비대면 접수 제한, 대출 비교 플랫폼 접수 중단,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 등 세부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대면·비대면 신용대출 합산 일별 접수량이 내부 관리 기준을 초과할 경우 비대면 신용대출 신청을 제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토스·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핀다·뱅크샐러드 등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한 신규 및 갈아타기 신용대출 접수를 중단한다. KB국민은행은 마이너스통장을 신규 개설할 때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한다.

이 같은 조치는 금리 인상이나 대출 중단처럼 강한 처방은 아니지만, 차주 입장에서는 체감도가 크다. 신규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는 기존보다 한도가 줄어들 수 있고, 마이너스통장 개설을 준비하던 차주는 필요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려는 차주 역시 플랫폼 접수 중단으로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

[Dilemma:신용대출 의존 높은 인뱅, 성장성과 건전성 사이]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편의성과 빠른 심사를 앞세워 신용대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하지만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성장보다 건전성 관리가 우선순위로 올라설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이 신용대출 취급을 조이면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평일 영업시간 중 은행 창구 방문이 어려운 차주들이 비대면으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신청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몰리는 모습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출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좁다는 점에서 신용대출 관리 강화에 따른 부담이 더 크다.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등으로 여신 포트폴리오가 분산돼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신용대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잔액은 7조1450억원으로 총여신 잔액 18조7550억원의 38%를 차지했다. 카카오뱅크도 신용대출 잔액이 18조2000억원으로 전체 여신 47조7000억원의 38% 수준이었다. 신용대출 한도 축소가 이어질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성과 수익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토스뱅크는 아직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아 가계대출 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비중이 높은 구조다. 토스뱅크의 1분기 말 총여신은 15조5047억원으로,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4조1315억원에 달했다. 전체 여신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1.1%다. 여신 포트폴리오가 가계대출에 집중된 만큼 신용대출 한도 축소는 여신 성장 속도와 수익성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전성 측면의 부담도 남아 있다. 고신용자 중심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축소되면 신규 대출에서 중저신용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어서다. 우량 차주 유입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아질 경우 연체율 관리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신용대출 관리 강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주담대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데다, 신용대출은 주식시장 상황이나 생활자금 수요 등에 따라 증가세가 빠르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연간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감안해 초반부터 속도 조절에 나설 필요가 커졌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 1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향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등에 따라 출회된 매물이 시장에서 소화되는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신용대출의 변동성도 계속 커질 수 있다"며 "전 금융권이 엄중한 경각심을 갖고 선제적인 가계대출 자율관리 조치를 더욱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