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와 은행권으로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저축은행의 수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대로 올라섰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원화 5만원권 지폐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스1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대로 올라섰다.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에 대응해 저축은행들이 수신 방어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권까지 예금금리를 높이면서 금리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4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이날 기준 연 3.81%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날 연 3.00%보다 0.81%포인트 높고, 올해 초 연 2.92%와 비교하면 0.89%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3.50%를 밑돌았다. 하지만 7월 들어 연 3.86%로 뛰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후 일부 상품의 금리가 조정되면서 평균금리가 소폭 내려왔지만 연 4% 이상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여전히 100개가 넘는다.

연 4% 이상 상품 100개…최고금리 4.50%

고금리 상품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 '금융상품 한눈에'에 따르면 12개월 만기 최고 우대금리 기준 NH저축은행의 'NH특판정기예금'이 연 4.50%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SBI저축은행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는 연 4.20%다. 다올저축은행 'Fi 리볼빙 정기예금', 스마트저축은행 '정기예금', 스카이저축은행 '회전정기예금', 애큐온저축은행 '처음만난예금'은 각각 최고 연 4.10%를 적용한다. DB저축은행 'DB행복열매예금'도 최고 연 4.05%의 금리를 제공한다.

금리 상승으로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이자도 늘었다. 연 4.50% 상품에 1000만원을 1년간 예치하면 세전 이자는 45만원이다. 이자소득세 15.4%를 제외한 세후 이자는 38만700원이다.


지난해 8월4일 저축은행 평균금리인 연 3.00%를 적용하면 세후 이자는 25만3800원이다. 현재 최고금리 상품에 가입할 경우 같은 금액을 맡기고도 이자를 12만6900원 더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증시·은행으로 빠지는 돈 잡아라…수신 경쟁 가열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높이기 시작한 배경에는 증시로의 머니무브가 있다. 올해 들어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만기가 돌아온 예금과 중도해지 자금이 투자시장으로 옮겨가자 수신 의존도가 높은 저축은행들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린 뒤 은행권도 수신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2.90%에서 3.20%로 올리고 거치식 예금 13종의 기본금리를 0.20~0.40%포인트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예·적금 금리를 0.25~0.30%포인트 높였다.

케이뱅크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3.61%에서 3.71%로 조정했고, 카카오뱅크도 연 3.40%에서 3.60%로 인상했다.

은행권 예금금리가 오르면 저축은행과 금리 차이는 좁아진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앞세워 자금을 유치하는 만큼 은행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 4%대 상품을 내놓거나 기존 고금리 상품을 유지할 필요성이 커진다.

업권 관계자는 "증시로 예금이 빠지는 흐름이 있고 은행들도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저축은행들도 선제적으로 금리를 높여 은행 대비 금리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신 이탈을 방어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022년에도 저축은행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연 6%대 예금을 내놓으며 금리 경쟁을 벌였고, 이후 늘어난 이자비용이 수익성을 압박했다. 다만 현재는 당시와 달리 금융시장 경색이 아닌 수신 이탈 방어가 경쟁의 주된 배경인 만큼 회사별 필요에 따라 선별적인 금리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 예금금리 과열 경쟁으로 큰 손실을 본 기억 때문에 내부의 고민도 있다"며 "수신 이탈은 막아야 하지만 조달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앞으로 무작정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