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시대 신재만 위원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이 사무용 가구시장 강자인 퍼시스를 겨냥한 공세를 본격화했다.

그동안 자회사를 통해 제한적으로 참여했던 사무용 가구 시장에서 직접 프리미엄 사업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양사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샘은 오피스 MD(상품기획)를 포함해 사무용 가구 전문 인력 채용을 확대하며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자회사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본사가 직접 사무용 가구 시장 확대를 이끌기 위한 조직 정비에 나선 것이다.

한샘은 지난해 5월 오피스 시장 진출을 신성장 전략으로 공식화한 이후 사업 기반을 꾸준히 다져왔다.

최근에는 사무용 가구와 B2B(기업 간 거래) 특판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을 영입해 10여명 규모의 전담 조직을 구성했으며 발주부터 생산·납품까지 공급 체계를 정비하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 이번 한샘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와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샘은 자회사 한샘이펙스를 통해 사무용 가구 사업을 전개했지만 주로 중저가 시장과 B2B 특판에 집중해 왔다.

반면 이번에는 본사가 직접 오피스 브랜드 '이머전'을 선보이고 연구개발(R&D)과 조직,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며 프리미엄 사무용 가구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실제 한샘이 넘어야 할 벽은 높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퍼시스의 2025년 매출은 3581억원으로 사무용 가구시장 1위다. 반면 한샘이펙스의 전체 매출(522억원) 중 사무용 가구 매출은 2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사무용 가구만 떼어놓고 보면 퍼시스가 무려 17배 이상 앞서 있는 구조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단순히 사업을 확대하는 수준이 아니라 본사가 직접 브랜드와 조직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무게감이 다르다"며 "한샘이 오피스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43년 이어진 경쟁…1985년부터 시작된 균열

한샘과 퍼시스의 인연은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3년 퍼시스(당시 한샘공업)는 사무용 가구 전문 회사를 표방하며 설립됐고 한샘은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한샘은 가정용 가구, 퍼시스는 사무용 가구를 각각 담당하는 사업 구도를 구축하며 협력 관계를 이어갔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한샘과 퍼시스가 각각 가정용과 사무용 가구 시장을 맡는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었다"며 "이를 사실상의 '신사협정'으로 받아들였고 서로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샘과 퍼시스는 한때 협력 관계였지만, 현재는 국내 사무용 가구 시장을 놓고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경쟁자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은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사진=한샘

하지만 이 같은 협력 구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1985년 한샘은 사무용 가구 전문 계열사인 '한샘OA(현 한샘이펙스)'를 설립하며 사무용 시장에 진출했고 이를 계기로 양사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대리점 확보와 전문 인력 영입 등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면서 양사의 협력 관계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다만 창업 초기 형성된 지분 관계는 한동안 이어졌다.

1996년 퍼시스 상장 직후에도 조창걸 한샘 창업주는 퍼시스 지분 15.05%를 보유했고 손동창 퍼시스 명예회장과 김영철 퍼시스 전 회장은 각각 퍼시스 지분 15.83%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2006년부터 2010년까지 4년에 걸쳐 한샘은 보유 중이던 퍼시스 지분을 점진적으로 모두 처분하면서 양사의 지분 관계도 완전히 정리됐고 두 회사는 명실상부한 경쟁 관계로 자리 잡았다.

홈 넘어 사무실로 전장 확대

최근 한샘은 사무용 가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프리미엄 B2B 판매 확대에 본격 나섰다.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 공유오피스, 개인 사무실, 호텔·병원·대학교 등으로 고객 기반을 넓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한샘 관계자는 "오피스 사업은 단순히 사무용 가구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제안하는 사업"이라며 "주거 공간에서 축적한 디자인과 공간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B2B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샘의 공세에 맞서는 퍼시스 역시 변화하는 업무 환경에 맞춰 스마트 오피스 솔루션과 공간 컨설팅 역량을 강화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퍼시스 관계자는 "업무 공간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는 만큼 디자인과 기능성, 공간 활용성을 모두 갖춘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기업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맞는 오피스 환경을 제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사무공간 리모델링 수요 확대와 스마트오피스 확산이 맞물리면서 사무용 가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사무용 가구 시장은 약 8조2000억원 규모를 형성했으며, 매년 2~3%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한샘은 주거 공간 디자인 경쟁력을, 퍼시스는 오피스 전문성과 기업 고객 기반을 각각 강점으로 갖고 있다"며 "앞으로는 제품 경쟁을 넘어 공간 설계와 오피스 솔루션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