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이 이달 6일부터 평일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되면서 원화시장 구조 개편이 본격화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약 30년간 이어져 온 거래시간 제약을 풀면서 야간 시간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으로 빠져나갔던 원화 거래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흡수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를 통해 환율 변동성을 낮추고 우리 자본시장과 원화에 대한 매력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지만, 야간 거래가 충분히 안착하기 전까지는 오히려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도 효과가 확인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원/달러 외환시장은 이날부터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됐다. 거래시간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오전 9시~오후 3시였고, 2016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오전 9시~오후 3시30분으로 운영됐다. 2024년 7월부터는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연장됐으며 이날부터는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무중단 운영된다. 미국 윈터타임에는 개장·폐장 시간이 오전 7시로 조정된다.
정부는 24시간 개장을 원화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외환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수출입 업체의 실시간 환전 주문을 가능하게 해 원화의 국제적 수요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외환 딜링룸을 찾아 "이번 조치는 견조한 대외건전성과 역대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세계 국채지수(WGBI) 편입 등 국내 외환·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수요를 반영한 외환시장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내 외환시장이 닫힌 시간대에는 NDF 시장에서 원화 가격이 먼저 형성됐고, 일부 투기성 거래가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역내 외환시장이 24시간 개방되면 한국 시간으로 야간·새벽대에 활동하는 뉴욕·런던 소재 외국인 투자자들도 국내 시장에서 원화 거래와 환전 수요를 일부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NDF 시장에 집중됐던 야간 가격 형성 기능이 역내시장으로 분산되고, 환율 변동성도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NDF 시장이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한 바 있다. 국내 시장의 거래시간이 짧은 탓에 한국 장 마감 이후 글로벌 이벤트가 발생하면 역외 시장에서 먼저 원화 가격이 움직이고, 다음 날 서울 외환시장이 이를 반영하는 구조가 이어졌다는 의미다.
시중은행들은 24시간 대응 체계에 들어간 상황이다. 서울의 새벽 시간대가 런던의 주간 시간대와 맞물리는 만큼 국내 본점 야간근무에만 의존하기보다 해외 딜링 데스크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와 기업 고객의 원화 거래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런던 지점 딜러 인력을 기존 2명에서 이달 중 3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런던 인력을 늘리고 운영 체계를 손질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달 런던트레이딩센터가 영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대고객 파생상품 영업과 유가증권 운용 등에 필요한 인가를 획득했다. KB국민은행은 싱가포르·런던·뉴욕에서 운영 중인 자본시장 데스크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24시간 외환시장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다만 제도 안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간 거래가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유동성 부족에 따른 변동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서다. 해외 이벤트가 발생하거나 대규모 주문이 몰릴 경우 매수·매도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적은 거래량에도 환율이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야간 거래가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유동성 부족에 의한 변동성 리스크가 역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번 조치가 환율 안정에 당장 기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최근 환율 상승은 외국인의 한국 주식 리밸런싱에 따른 자금 이탈 영향이 큰데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24시간 거래 체제가 환율 안정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 1484.6원, 2분기에는 1501.6원으로 모두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래시간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환율 변동성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이 환율 변동성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2024년 7월 연장 이후 갭변동성은 평균 0.145%로 연장 전인 평균 0.306%보다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환전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장기적으로 원화 강세와 국내 자금 유입 확대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는 플레이어와 유동성 부족 때문에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겠다"면서도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유동성도 늘어나고, 기존의 NDF 거래 수요도 일부 흡수된다면 변동성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24시간 개장 이후 시장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권민수 한은 부총재보는 "24시간 개장으로 국내 외환시장의 폭과 깊이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같은 기대가 구체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