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항공엔진을 개발한다니 천지가 개벽할 일이죠."
지난 6일 찾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남 창원1사업장. 국산 항공엔진 개발 과정을 담은 영상 속 직원들의 얼굴에는 벅찬 감정이 스쳤다. 수십 년간 난제로 꼽혔던 항공엔진 국산화에 한 걸음 다가서며 자주국방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내 독자 기술로 무인기 엔진 2종의 시제 개발에 성공했다. 저피탐 무인편대기용 5500파운드 터보팬 엔진과 중고도 무인기용 1400마력 터보프롭 엔진으로,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무인기 독자 개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은 항공엔진 전문 생산기지다.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에 탑재되는 F414 엔진과 경공격기 FA-50용 F404 엔진의 모듈·코어 조립부터 최종 조립까지 이뤄진다.
지난해 4월 가동을 시작한 신공장은 조립 공간 2400평, 자동화 보관창고 2500평 규모를 갖췄다. 저피탐 무인편대기용 5500파운드 터보팬 엔진도 이곳에서 개발됐다.
저피탐 무인편대기는 KF-21 등 유인 전투기와 복합 편대를 구성해 정찰·전자전·공격 임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무인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0년대 후반 5500파운드 터보팬 엔진의 코어 엔진 개발을 시작, 지난 6월 1호기 지상시험에 착수했다.
김종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첨단엔진사업팀장은 "엔진 개발에 성공하지 못하면 무인기 개발도 성공할 수 없다"며 "유·무인 복합체계, AI 등 미래 무인 체계로 나아가기 위한 기술적 초석이 바로 이 같은 무인기 엔진"이라고 말했다.
중고도 무인기용 1400마력 터보프롭 엔진은 엔진 가동 시 들어온 공기의 일부만 연소에 활용하는 '고바이패스 엔진'이다. 장기 체공 무인기와 여객기 등에 주로 탑재된다.
김 팀장은 "현재 국과연과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올해 시제 업체 선정을 거쳐 엔진 설계와 제작, 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기술적 연계를 통해 차세대 첨단 항공엔진으로 알려진 2만4000파운드급 엔진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엔진은 부품에 따라 1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정밀도가 요구된다. 이에 창원1사업장은 미세 결함까지 추적·검증할 수 있는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작업자가 사용하는 토크렌치에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돼 볼트 조임 강도에 따라 화면에 초록색(통과), 빨간색(불합격) 불빛이 표시된다. 빨간불이 뜨면 해당 공정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 생산 진척과 재고 현황도 실시간으로 관리되며 품질 이상과 공정 누락, 납기 지연 등을 자동으로 감지 및 경고한다.
김승수 창원1사업장 생산기술팀장은 "생산성 향상과 작업자 실수 방지를 위해 조립 공정을 디지털화했다"며 "모든 부품의 치수를 측정해 3D 모델링을 한 조립 절차서도 만들었다"고 했다.
엔진 시운전실에 들어서자 FA-50용 F404 엔진이 거대한 장치에 장착돼 있었다. 시운전실은 엔진을 체계에 달기 전 성능과 안전성을 최종 점검하는 곳으로 실제 항공기 운용 환경과 유사하게 설계됐다. U자형 구조로 앞쪽은 공기 흡입구, 뒤쪽은 배기가스 배출구를 뒀다.
엔진에는 테스트 어댑터를 비롯한 각종 센서가 장착되며 가동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디지털 신호로 변환, 엔진 제어실로 실시간 전송된다.
창원1사업장에서는 군용 항공엔진뿐 아니라 보잉 737 MAX, 에어버스 A320neo 등 민항기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도 생산하고 있다. 이를 전담하는 엔진부품 신공장은 가공부터 제품 장착, 물류, 치수 검사까지 전 공정을 자동화했다. '실수 방지 체계'를 적용해 작업 오류도 최소화했다.
박민우 창원1사업장 엔진생산팀 차장은 "연간 1000개 이상 생산되는 제품만 가져와서 전용 라인을 구성한 공장"이라며 "자동화 시스템 덕분에 작업자 1명이 장비 5대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고 퇴근 후에도 무인으로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