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투자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 시공 경험을 보유한 대형 건설업체들의 수주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월드IT쇼'(WIS 2026)를 찾은 관람객들이 SKT 부스에서 AI데이터센터를 보는 모습. /사진=뉴스1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국가 성장 기반으로 육성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SK·GS·네이버 등이 수백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데이터센터 시공 기술을 보유한 건설업체들의 사업 기회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2035년까지 1000조원을 투자해 총 15GW(기가와트) 규모의 AIDC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울산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100MW(메가와트) AIDC를 조성 중이며 시공은 SK에코플랜트가 맡고 있다. 총 수주액은 4169억원이다. SK그룹은 향후 울산 AIDC를 1GW 규모로 확대할 계획으로 추가 공사 발주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 시공을 해온 그룹사들도 AI 인프라 시대에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반도체공장과 AI데이터센터는 높은 보안성과 초정밀 시공 역량이 요구되는 시설이다. 기존 하이테크 시공 경험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전력 수요 증가에 따라 향후 데이터센터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약 6조7000억달러(약 87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기존 데이터센터는 운영 인력과 통신 인프라를 고려해 수도권에 집중됐지만 AI 데이터센터는 원격 운영이 가능해져 지방 입지도 확대되는 추세다.

전력·GPU 확보 승부처

대형 건설업체들이 차세대 AI 인프라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장성파인 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설계·조달·시공(EPC) 기술력을 보유한 건설업체들도 이에 대비하고 있다. GS그룹은 30조원을 투자해 강원 동해시에 2.4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2029년 준공이 목표다. 전력 공급은 GS파워·GS이피에스·GS이앤알 등 계열사가 맡는다. 시공은 GS건설과 자이C&A가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GS건설은 2024년 경기 안양시 '에포크 안양센터'를 준공해 건설업체 최초로 데이터센터 디벨로퍼 사업에 진출했다. 네이버 춘천 데이터센터와 하나금융그룹 데이터센터 등 현재까지 10개의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을 보유했다. 최근에는 투자·개발·임대·운영까지 이르는 데이터센터 밸류체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GS건설의 손자회사인 자이C&A도 데이터센터 시공 경험을 축적했다. 자이C&A는 네이버 세종 데이터센터 2·3차 증설과 LG유플러스 파주 AIDC 신축 공사를 수행 중이다. 향후 LG그룹이 AI팩토리 구축과 AI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경우 자이C&A의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 자이C&A의 전신은 LG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S&I건설이다.

대우건설은 양재 데이터센터를 준공한 데 이어 전남 장성파인 데이터센터를 시공 중이다. 현대건설은 KT목동 데이터센터와 용인 죽전동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 등을 시공했다. DL이앤씨는 상암·가산·STT 데이터센터 등을 준공했다. 한화건설부문은 안성 한화솔루션 데이터센터를 2028년 준공 목표로 짓고 있다.

SK·네이버·GS는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총 550조원을 들여 울산·세종·강원 동해 등에 약 8.4GW 규모의 AIDC를 구축하기로 했다. 앞서 네이버는 총 1GW AI 데이터센터를 여러 거점에 분산 구축하는 계획을 밝혔다. 건설 계열사가 없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발주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AIDC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 등 AI 연산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운영 단계에서 발생하는 수익도 시공보다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는 전체 사업비의 20~30% 수준이고 대부분 GPU 같은 하드웨어 비용"이라며 "시공부터 운영까지 자체 개발이 가능한 회사의 수익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시공 능력보다 입지와 전력을 확보하는 능력이 필요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얼마나 빨리 필요한 수요를 채울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짓고 전력과 용수, GPU를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