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의 모습. 검찰은 장윤기 아버지와 수사팀간의 유착 의혹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사진=뉴스1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을 담당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에 대해 7일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그는 범행 차량에서 피해자 결박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케이블타이를 확보하지 않았고, 이를 촬영한 영상을 삭제하라고 부하 직원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죄의 실체를 밝혀야 할 수사 책임자가 오히려 증거 인멸에 관여했다는 의혹만으로도 충격적이다.

더 심각한 것은 사건 전반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이다. 수사팀은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아들의 집 주소와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줬고, 아버지는 성인용 인형 등 성범죄 정황을 뒷받침할 물품을 반출해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차량도 제때 압수되지 않았고, 구속영장 신청 사실이 사전에 유출된 정황까지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을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부실수사를 넘어 실체적 진실 규명을 가로막은 중대한 직무유기이자 공권력 남용이다.


무엇보다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증거 인멸과 수사 정보 유출, 유착 의혹의 전모를 낱낱이 밝히고, 개인의 일탈인지 조직적인 개입이나 지휘·감독 부실이 있었는지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는 수사만이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이번 사건은 막강해진 경찰 수사권을 누가,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 다시 묻고 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1차 수사의 중심 기관이 됐지만, 권한 확대에 걸맞은 통제와 책임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내부에서 사건이 축소되거나 은폐될 경우 이를 바로잡을 외부의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억울한 피해자는 언제든 다시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형사사법제도 개편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든 보완수사요구권이든 수사 결과를 외부에서 검증할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기관도 오류나 일탈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견제 장치를 폐지하려면 이를 대체할 실효성 있는 교차 검증 시스템부터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형사사법제도의 핵심은 어느 기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느냐가 아니다. 커진 권한을 어떻게 통제하고, 잘못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묻느냐가 본질이다. 장윤기 사건은 견제받지 않는 수사권이 국민의 신뢰를 얼마나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또 하나의 권력기관이 아니라, 어느 기관도 스스로를 비호하거나 사건을 은폐할 수 없는 공정하고 투명한 형사사법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