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 설전으로까지 이어졌지만 팬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연예인에 대한 피해를 막아냈다. 사진은 원이가 지난해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두 번째 미니 앨범 'Glow Up'(글로우 업)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는 모습. /사진=스타뉴스

걸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의 '무섭노'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단순히 연예인을 향한 비판을 넘어 정치권까지 의견을 내놓으며 사회적 이슈로 번졌다. 하지만 팬들은 논란의 발단이 된 MBC경남 김현지 PD에 대한 항의 목소리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연예인에 대한 무절제한 비난을 막아냈다.

논란은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 원이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비롯됐다. 리센느 멤버 미나미의 일본 자택을 찾은 원이는 촬영 PD가 "무섭노"라고 하자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맞장구쳤다. 원이는 경남 거제도 출신으로 구수한 사투리를 앞세운 콘텐츠로 인기를 끌어왔다.


이를 두고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를 연출한 MBC경남 소속 김현지 PD는 자신의 SNS에 "아이돌과 PD가 사이좋게 '노노'를 주고받는 장면이 속상했다"고 적었다. 해당 표현이 사투리가 아닌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혐오 표현이라는 취지의 저격 글이었고 이는 곧바로 온라인 상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팬들의 반박이 이어지자 김PD는 "사용자를 일베로 단정 짓거나 사투리를 검열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혐오 표현에 뿌리를 둔 표현임을 알았을 때의 선택은 태도의 영역"이라며 재차 자신의 입장을 나타냈다.

이후 사태는 정치권으로 번졌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 다수의 정치권 인사들이 잇따라 관련 의견을 내놓았고 이 문제는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걸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 설전으로까지 이어졌지만 팬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연예인에 대한 피해를 막아냈다. 사진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관련 논란에 대해 SNS에 게재한 일러스트. /사진=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SNS

조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부산·영남권에서 사용되는 '-노' 표현과 일베식 표현을 구분하는 기준을 소개하며 "일베는 표준말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사용한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이 대표는 "경남 거제 출신의 스물두 살 아이돌이 고향 말로 '무섭노'라고 했다는 이유로 일베 낙인이 찍혔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 역시 "일상적 방언마저 기계적으로 낙인찍는 모습은 경악스럽다"며 설전에 가세했다.


이 과정에서 화살은 김PD를 향했다. 과거 김PD가 연출에 참여한 MBC경남 예능 프로그램 '얍! 활력천국'에서 "뭐라하노" "어딨노" "오노" 등 영남권 사투리를 활용한 자막이 사용된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자 "자신도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현재 MBC경남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PD의 해고와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김PD 역시 자신의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제기된 의혹, 곧바로 '사실'이 되진 않았다…섣부른 낙인 거부한 여론

이번 논란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온라인 여론의 흐름이다.

김PD의 지적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해당 발언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는 "'-노' 종결형은 일베에서 사용돼 온 표현인 만큼 공인이 사용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하지만 "경상도 방언을 특정 커뮤니티 용어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맞섰다.

이용자들은 주관적인 감정 대립에 머무는 대신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국립국어원 표준언어지도 자료와 경상도 방언 용례를 직접 찾아 공유하거나 언어학자들의 설명, 과거 지상파 방송 자막 사례 등을 함께 제시하며 해당 표현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됐는지 살펴보려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원이가 거제 출신이라는 점 역시 논의 과정에서 함께 언급됐다.

온라인에서는 "사투리와 일베식 표현은 구분해야 한다" "혐오 표현으로 소비된 역사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공존했다. 논쟁은 단순한 찬반을 넘어 언어와 지역성, 표현의 사회적 맥락까지 확장됐다.

"'타진요'의 비극은 반복되지 않았다"…달라진 온라인 여론

이처럼 하나의 문제 제기가 곧바로 여론의 정설로 굳어지기보다는 이용자들이 서로 다른 근거를 제시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모습이 함께 나타났다는 점은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흐름이다.

2010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사태 당시와 비교하면 크게 달라졌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룹 에픽하이 멤버 타블로의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졸업 학력이 거짓이라는 의혹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에 수십만명의 회원이 가입된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사실처럼 소비된 바 있다.

추후 스탠퍼드대 측이 직접 타블로의 졸업 사실을 확인했고 검찰 수사에서도 학력은 사실로 밝혀졌다. 하지만 의혹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타블로와 그의 가족은 오랜 기간 악성 댓글과 허위 사실 유포에 시달려야 했다. '타진요'는 온라인 집단 마녀사냥의 대표적 사례로 남아있다.

이번 '무섭노' 논란은 '타진요' 사태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대중은 김PD의 주장을 결코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 교차 확인하고 영상의 전후 맥락을 짚어냈다. 무조건적인 '낙인찍기'를 견제한 셈이다.

이번 논란은 단어 하나를 둘러싼 공방을 넘어 온라인 여론의 변화를 보여준 사례가 되기에 충분하다. 여전히 감정적 대립과 과열이 반복됐지만 이용자들이 스스로 근거를 확인하고 판단하려는 모습은 과거의 집단적 마녀사냥과는 다른 흐름을 보여줬다. 성급한 낙인보다 검증을 우선하는 온라인 문화가 확산될 여지를 남겼다.


편집자주 : 사회적 갈등이 정치권의 개입으로 증폭되고, 진영싸움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론 입장에서는 이런 사건을 보도하는 것 자체가 한쪽 편을 든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시대>는 그것이 언론이 지켜야할 자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