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가 터빈 사업을 중심으로 국내외 전력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가스터빈 최종조립을 위해 로터 블레이드를 케이싱에 설치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스팀터빈 사업을 앞세워 북미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인공지능(AI) 고도화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기존 전력망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10월 북미 AI 데이터센터향 가스터빈 2기를 처음 수주한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누적 수주 물량을 12기까지 늘렸다. 잇따른 수주 성과에 두산에너빌리티의 올해 1분기 누적 수주액은 2조78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9% 증가했다.


성과의 배경에는 AI 고도화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자리하고 있다. 생성형 AI에 이어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작업을 스스로 추론·계획·실행하는 에이전틱 AI가 부상하면서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량도 크게 늘었다. 기존 전력망은 이미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전력망을 확충하기엔 원전은 인허가와 건설 기간이 길고, 송전망은 입지·인허가·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가스터빈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스터빈은 천연가스 등을 태워 만든 고온·고압 가스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설비다. 원전이나 송전망 확충보다 건설 기간이 짧아 전력 수요 증가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전력 수요 변화에 맞춰 출력을 조절할 수도 있어 부하 변동이 큰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설비로 꼽힌다.

국내 실증과 상업 운전을 통해 쌓은 신뢰도도 북미 수주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2019년 두산에너빌리티는 산학연과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하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8000시간 실증에 성공하며 성능을 입증한 뒤 보령신복합발전소, 안동복합발전소 2호기 등으로 국내 공급을 확대하며 운전 경험을 축적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설비 운영·유지보수 역량도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평가된다. 가스터빈은 고온·고압 환경에서 장기간 운전되는 설비인 만큼 설치 이후에도 유지보수와 부품 교체 수요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설비 성능뿐 아니라 고장 발생 시 대응 속도와 부품 조달 능력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휴스턴 자회사 DTS를 통해 현지 유지관리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스팀터빈이 포함된 복합발전 패키지 수주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복합발전은 가스터빈을 돌리며 발생한 열로 스팀터빈을 구동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월 북미 지역에서 370MW급 스팀터빈과 발전기 각각 2기를 처음 수주한 데 이어 5월에도 미국 텍사스 지역에 스팀터빈과 발전기를 공급하기로 했다.

가스·스팀터빈 사업 확장에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전 분기(2335억원) 대비 13.9% 증가한 2659억원으로 예상된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2026년 1조1196억원 ▲2027년 1조6045억원 ▲2028년 2조1150억원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가스터빈과 스팀터빈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며 "추가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입지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