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단기사병(방위병) 복무 시절 군무이탈(탈영)을 했다는 의혹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순방을 수행한 뒤 귀국하자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12일 안 장관이 병적 기록부를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거나 자진 사퇴하지 않는다면 탄핵 소추에 나설 것이라고 압박에 나섰다. 정치 공방과는 별개로 이 문제는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안 장관 의혹은 김영수 청렴사회를 위한 공익신고센터장의 최근 기자회견으로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예비역 해군 소령 출신인 김 센터장은 안 장관이 1984년 방위병 복무 중 약 7개월간 무단 군무이탈을 했다가 헌병대에 체포돼 영창 처분을 받았으며, 그 결과 정상 복무 기간보다 8개월가량 더 복무했다고 주장했다. 병적기록부와 육군 인사명령서, 헌병대 수사 기록 등으로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국민의힘이 제기한 의혹이다.
그동안 국방부는 이 의혹을 '40년 전 행정 착오에 따른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일축해 왔다. 행정 오류로 전역일이 잘못 기록되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혹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병적기록부 등 핵심 증거 문서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잘못된 기록을 공개하면 사실과 무관하게 오해를 키울 수 있다는 해명이지만, 이는 불필요한 의구심만 키운다.
국방부 장관의 병역 관련 의혹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45만 국군의 군령(軍令) 및 기강 확립과 직결된다. 국방부 장관은 군정(군사 행정)과 군령을 총괄하며 나라의 안위를 책임지는 엄중한 자리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점은 안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방첩사 개편,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등 군 내부의 반발과 논란이 첨예한 안보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안보의 근간을 바꾸는 정책일수록 추진 주체의 신뢰도가 필수적이다.
안 장관 측은 현직 신분으로 병무청에 기록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 압력이 될 수 있어 '퇴임 후 정정 청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안 장관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이 31만명을 넘는 등 국민적 관심사가 된 상황에서 퇴임 이후로 미루겠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공정성 시비가 우려된다면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에게만이라도 관련 문서를 비공개로 제출해 검증을 받는 방법도 있다. 이미 의혹이 국정 현안으로 번진 만큼 말끔한 해소 없이는 군령의 권위를 바로 세우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