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부 장관이 7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만나 '소형모듈원자로(SMR) 배치에 관한 협력 각서(MOC)'를 체결했다. 이번 MOC는 3국 정부가 민간 기업의 컨소시엄 구성과 표준 노형 개발을 지원하고, SMR의 제3국 수출에 필요한 절차와 인허가를 간소화해 공급 경쟁력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원천기술과 설계 역량, 한국의 주기기 제조 및 시공 능력, 일본의 부품·자금 조달 역량이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일이 인도·태평양을 비롯한 글로벌 SMR 시장을 공동 선점하고 민간 원자력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연대에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SMR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축적된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파운드리로 자리 잡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협력은 그동안 국내에서 진행돼 온 SMR 육성 정책과도 맞물려 상당한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전방위적인 행정·재정 지원과 SMR 특구 지정, 규제 혁신 로드맵 병행 등을 담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6월에는 부산 기장이 국내 첫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건설 후보지로 선정된 바 있다.
3국 공조의 외교적 가치도 작지 않다. 이번 MOC는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로 글로벌 에너지 안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중국이 SMR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체결됐다. 그동안 북핵 대응과 안보 협력에 무게를 두었던 한·미·일 공조의 범위가 SMR 공급망 구축이라는 구체적인 산업 협력으로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미 또는 미·일 등 양자 차원에서 논의됐던 SMR 협력이 3국 협력 체제로 제도화됐다는 점도 의미 있는 진전이다.
이번 육성책 마련과 3국 협력 추진은 세계 최초 상업용 SMR 운전을 눈앞에 둔 중국을 다시 추격하기 위한 본격적인 출발점이기도 하다. 중국은 하이난성 창장에 125MW급 ACP-1(링룽-1)을 건설해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의 원전 생태계가 멈춘 사이 중국은 개발-건설-운전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빠르게 속도를 내 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욱 치밀하고 과감한 행정적·제도적 정비와 민간 투자 활성화다. 정부는 SMR이 앞으로 반도체·인공지능(AI)·로봇·항공우주·바이오 등과 함께 차세대 핵심 먹거리 산업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탄탄하게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