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이 20개 자산운용사 CEO와 간담회를 진행했다./사진=염윤경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복사·붙여넣기'식 의결권 행사 공시 관행을 개선하고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내부통제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과장광고와 레버리지 쏠림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13일 이찬진 원장은 금융감독원이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마련한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자본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자산운용사 수탁자책임 강화를 위한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ETF가 대표적인 간접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역할과 책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자산운용사가 투자자의 대리인으로서 의결권 행사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내실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단순한 의결권 행사 여부를 넘어 주주권 행사 프로세스 전반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그 결과 삼성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 VIP자산운용을 모범사례로 선정했다. 다만 여전히 다수의 '복사·붙여넣기'식 의결권 행사 공시가 확인된 데 대해서는 조속한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뒷받침하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당부했다. 특히 국내 연기금이 위탁운용사를 평가할 때 수탁자책임 활동에 대한 평가 비중을 확대할 예정인 만큼 운용사 CEO가 관련 조직과 보상 체계를 직접 점검해야 한다는 것. 이 원장은 "펀드 의결권 행사와 공시는 운용사가 투자자의 대리인으로서 피투자회사의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과 이행 결과를 보고하는 중요한 창구"라며 "투자자와 실질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 정책과 공시 체계를 내실 있게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TF 광고와 운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장질서 저해행위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광고 제작과 자체 심의 과정에서 정확한 투자 정보가 전달되도록 관리하고 ETF 운용 과정에서도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와 협력해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간 괴리율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도 했다.


이 원장은 "투자자가 ETF를 직접 선택하는 과정에서 운용사 광고에 주로 의존하는 만큼 거짓·과장 광고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업계에 모범이 돼야 할 대형 운용사에서 이러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점은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모험자본 공급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자산운용사가 유망기업을 발굴해 자금을 공급하고 성장의 과실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생산적 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조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투자자를 대신해 자산을 운용하는 청지기로서 신인의무에 충실한 것이 운용사의 기본 책무"라며 "수탁자책임 수준 향상과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은 자본시장의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자산운용사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염윤경 기자

이날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수탁자책임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의결권 행사율과 반대율 등 정량적 지표뿐 아니라 운용사의 실질적인 노력도 평가받을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성엽 금투협회장은 "자산운용사들이 전담 인력과 내부 기준을 보강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의결권 행사가 보다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담조직과 수탁자책임위원회 등 관련 체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내부 기준과 절차를 함께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탁자책임 강화 과정에서 자산운용업계의 현실적인 여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황 회장은 "수탁자책임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회사는 그 노력에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의결권 행사율과 반대율 등 기본적인 지표와 함께 실질적인 의결권 행사 노력도 반영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자본시장의 변동성과 투자자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황 회장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재평가되면서 지난해부터 시장이 빠른 상승 흐름을 보였다"며 "다만 짧은 기간 빠르게 오른 만큼 최근에는 조정과 하락도 나타나며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특정 대형 종목으로 자금이 집중되고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상품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현상은 업계가 더욱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시장의 활력이 일시적인 열기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이라며 "공모펀드와 ETF를 통해 형성되는 공모 기관자금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원칙 아래 필요한 제도 보완과 업계의 자율적 관리 노력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이뤄지도록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국민성장펀드를 비롯한 모험자본 공급 영역에서도 자산운용업계가 전문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